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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문 하청 ‘IT 노가다’ 양산…‘한국판 잡스’ 영원한 꿈

등록 : 20120109 21:09 | 수정 : 20120109 22:16

 

2012 구로 아리랑 (하)
원청업체 요구 맞추려 매일 밤샘근무 다반사
연장근로수당 못받고 만성적 스트레스 노출

» 지난 6일 저녁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시민들이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부가 첨단지식산업을 육성한다며 만든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이곳에서 ‘한국판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을까?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은 ‘갑-을-병-정’까지 이어지는 하청구조, 이에 따른 장시간 노동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티 벤처 붐이 한창이던 1998년 업계에 뛰어들어 14년째 직장 9곳을 옮겨 다닌 박용언(가명·41)씨는 자신을 ‘아이티 노가다’라고 했다. 박씨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일한다. 지난해에는 ‘갑’인 대기업과의 계약관계상 ‘을과 병 사이’쯤 되는 곳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에 소프트웨어를 심는 일을 했다. 원청업체가 요구한 소프트웨어 개발 완료 시한은 3개월. 이 기간 동안 박씨는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그는 “하루 개발성과를 보내면 다음날 다른 하청업체에서 버그(오류) 목록을 보내주는데,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사를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이런 환경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시스템통합(SI) 소프트웨어 개발 프리랜서로 일하는 최아무개(29·여)씨도 “한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다”며 “10개월간 찜질방 정기권을 끊어 하루 3~4시간 자며 일했는데, 임금과 노동시간을 계산해 보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더라”고 했다. 주로 계약관계상 ‘병’ 또는 ‘정’의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일하는 경력 3년차 김아무개(28)씨도 “원청이 제공하는 작은 회의실에서 하루 종일 피엠(PM·프로젝트 매니저)의 눈치를 보며 일하는데, 야근을 안 하면 능력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경력이 짧은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남부지역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가 이 지역 아이티 노동자 213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8%가 주당 45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루 10시간 넘게 근무한 날이 한달에 20일을 초과하는 아이티 노동자도 23.5%나 됐다. 일반 사무직 노동자는 이 비율이 9.4%에 불과하다. 장시간 노동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응답자의 10%는 업무상 탈진을 호소했고, 61%는 허리·어깨 등에 질환이 있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은 이렇게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아이티 노동자들이 전국적으로 적게는 15만명, 많게는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나경훈 정보통신산업 노조 사무국장은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와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이티 노동자들의 삶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아이티 노동자들에 대한 심층적인 근로 점검·감독을 통해 부당 노동행위들을 근절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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