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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무책임한 보건복지부와 LG CNS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태의 책임을 다하라

 

정부에서 지난 9월 오픈을 강행했다가 좌초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흩어져있는 복지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추진된 사업이 닥쳐온 영하의 날씨에 당장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복지서비스로부터 격리시켜버리는 결과를 빚어내고 만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 중 기본인 완성도 검증도 제대로 하지않은 채 기존 시스템을 대체해 버린 탓이다. 준공검사도 하기 전에 이삿짐을 들인 격이고, 물에 뜨는지도 모르는 배에 짐부터 실어 바다에 내보낸 격이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른 책임자들은 사실상 취약한 처지의 국민을 더욱 더 끔찍한 위기로 내몰아 버리고 말았다. 참사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은 일이다.

주관 개발사인 LG CNS와 정부는 이 참사를 책임져야 한다. 안일하기 짝이 없는 판단과 한국 SI 업계의 반노동적 관행은 이번 참사의 뿌리깊은 원인이다. LG CNS는 한국의 3대 SI 업체에 해당하는 IT 대기업이다. 그럼에도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인력의 대부분은 파견인력으로 채웠다. 정부는 관리감독의 의지조차 의심스러울만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기획 안정화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채 수시로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고 하니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일으킨 공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 조차 지울 수 없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는 시스템은 완전 방치 수준에서 붕괴를 예고하고 있었던 셈이다.

허울뿐인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는 와중에 책임을 다 한 이는 결국 일선의  IT노동자, 심지 정규직으로 고용되지도 않은 IT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였다. 올해 초부터 IT노동자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개발 과정에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과 하청 파견업체가 대량으로 투입되었다. 심지어 중간 관리직 업무조차 프리랜서에 떠넘겨졌다. 관리 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 참사는 예고되고 있었고, 아무도 이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주관 개발사인 LG CNS는 뒤늦게 인력의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볼품없이 군색한 변명을 내어놓고 있지만, 인력 부족 상황에서 일정마저 단축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현장 IT노동자의 증언은 감출 수 없다. 가혹하고 과중한 업무량과 업무 강도에 대량 사직까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증언을 사실로 받아들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최소한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력과 안정적인 고용이 필수적이다. 그 이상의 품질을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와 같은 기초적인 조건이 보장되지 못해 현재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면 그 책임은 LG CNS와 정부에 있다. 책임있는 이들은 자신의 책임을 현장 IT노동자에 전가해서는 안된다. 인력부족으로 업무 강도가 심해졌다면 일정을 조정하고, 빠르게 조직 인력 충원을 했어야 한다. 노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존중만 있어도 가능했던 이런 대응에 실패하고도 매사에 노동자와 노동시장 상황만 탓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이는 책임감이나 노동 감수성의 문제 이전에 경영 능력의 심각한 결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한 달여 지난 10.29 이태원 참사의 아픔 속에 있다. 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책임자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있어야 할 수많은 목숨들은 그 날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달리 했다. 그리고 이 죽음의 책임을 일선에서 뛰던 이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 IT노동자들에게 이태원 참사는 그 참사 자체로서도 고통스러울만큼 아프고 슬픈 사건이었지만, 또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비보였다. 왜 항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가. 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일선의 노동자들만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가. 그 가운데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 결과로 인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아무도 비추지 않는가.

이러한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11월 사회보장급여가 시스템 개통 전 8월 수준 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스템 전체가 얼마나 정상 동작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해명이다. 그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에 관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사업관리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여 타 분야 시스템의 개발·운용에도 참고하도록 하겠음”이라는 단 한줄의 문구가 전부다. 과연 반성은 하고 있는 것인가? 뻔히 다 드러나있는 문제를 그저 조사하겠다는 의례적인 문구로 상황만 모면하면 그만이라는 안일함에 빠져있는 것 아닌지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정부와 LG CNS는 지금이라도 그간의 문제점을 밝히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또다시 좌초되지 않고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여 조속히 실시하라. IT노조는 IT노동자들과 함께 이번 사태와 그 마무리가 더 큰 재앙의 전조로 기록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2년 11월 30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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