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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소비자의 민원을 핑계삼은 손쉬운 해고는

게임 업계와 이 사회의 무책임의 소산이다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IT산업의 정규직 노동자가 기습적으로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 ‘프로젝트문’이라는 회사가 저지른 일이다. 프로젝트문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등 다수의 유명 인디 게임을 제작해 온 이름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누구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 기습적인 부당해고에 대한 회사의 군색한 변명은 ‘사용자의 문제제기’였다.

 

우리는 2016년에 벌어진 일을 지금도 여전히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드러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일터를 잃어야 했던 2016년의 희생자는 게임 성우 노동자였다. 분노한 이용자들이 넥슨 보이콧을 외치기에 이르렀던 사건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화발전하는 IT산업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과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7년 동안 하나도 발전한 것이 없음을 참담한 마음으로 가슴에 새긴다.

 

비단 7년 동안의 제자리 걸음이 아니다. 십수 년, 수십 년동안 IT산업에서의 노동이 처한 현실은 지식산업,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산업이라는 수식이 무색했다. 그 사이 정시 퇴근, 주말 휴식이 가장 큰 성과였다는 점은 IT 노동자가 얼마나 비참한 출발점에서 뛰고 있었는지를 거꾸로 증명하고 있다.

 

IT산업 중에서도 게임 산업에는 유독 외주화 비중이 높은 부문이 많다. 아트, 사운드, 성우 등의 부문이다. 이들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더하여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온라인 상의 괴롭힘(사이버불링)과 악성 민원의 고통까지 떠안아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정신적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번 해고 사태는 이러한 상황이 지금도 여전히 현실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생산물로 돈을 버는 것에는 부지런과 근면을 아끼지 않는 회사는, 노동자가 노출된 위험한 환경과 가혹한 조건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문제가 될 것 같다 싶기만 해도 손쉽게 해고하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이중고의 IT 노동자에 삼중고, 사중고의 고통을 가중하는 데에 손을 걷어부쳤을 따름이다. 그 고통의 탑 위에 생계고까지 더하여 얹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IT산업 게임 업계에 만연한 썩은 살과 같은 여성혐오와 노동혐오를 도려내기 위해 우리 IT노조는 게임개발자연대 등과 손잡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임문화는 해로운 것들만 집어 삼켜 몸집을 키운 불가사리(不可殺伊)처럼 우리 앞에 서 있고, 이를 핑계로 게임이 곧 해로운 것인양 게임 산업과 노동자들 악마화하는 부당한 인식과 사회적 배척은 점차 진실의 허물을 그럴듯하게 기워입고 서기 시작한다.

 

‘민원’이라는 이름 뒤에는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숨어있는 것과 같다. 정 반대되는 의견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고, 민원을 받는 주체와는 아무 상관없는 개인적인 화풀이에서 진심어린 의견 제시까지 망라되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집어들어 해고의 핑계로 삼는 일은 비겁하고 옹졸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2023년 7월, 프로젝트문이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 그 정확한 예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16년 넥슨의 해고 사태를 완전히 잘못된 선례로 완성해낸 두 개의 커다란 기둥 위에 올라서 있음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개인적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공격하는 무도한 자들의 요구를 가감없이, 그야말로 투명하게 받아들여 사업자로서의 책임을 비겁하게 내던진 대기업 넥슨이 그 하나의 거대한 기둥이며, 이 사안이 가지는 핵심적인 문제는 백안시 한 채 모든 문제를 절차적 문제로 치환해버린 후 방관자이기를 선택해버린 정치 권력이 다른 또 하나의 거대한 기둥이다.

 

이 두 개의 기둥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IT산업 게임 노동자들은 이 사회가 죄 없는 자에게 부과한 무책임의 병과를 개인적인 고통으로 떠안은 채 삼중고, 사중고 속에서 스러져가 버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노동자가 행복하지 않은 산업은 결코 성공하는 산업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정부와 기업은 자신의 비겁과 무책임을 버리고 게임 산업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그렇게 최대한 빠르게 0점을 회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  IT노조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하나, 현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 주체인 프로젝트문은 부당한 해고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피해 노동자와 관련된 모든 상황과 조건을 원상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 게임 산업을 슬럼화하는 무책임한 게임 사업자들의 각성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게임 사업자는 스스로 나서서 자성하고 변화해야 한다.

 

셋,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사업자 스스로 자성하지 못하는 경우 이들의 자성을 강제하는 것이야 말로 게임 산업의 발전을 바라는 소비자의 의무와 책임임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넷, 소비자의 권리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사이버불링, 해고 등 수많은 종류의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하기 위해 IT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서로 단결하고 연대해야 한다.

 

다섯, 정부는 사업장 규모를 불문하고 노동자와 프리랜서에 대한 해고와 계약 해지를 사업자가 방편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여섯, 정부는 노동혐오가 만연한 게임 업계에 대한 전면적인 근로조사를 실시를 통해 게임 업계의 반문명적인 노동 인식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IT노조는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어떤 사상이든 그 사상을 가졌다는 자체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IT노동자의 힘을 모아갈 것이고, 그 힘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실천해 나아갈 것이다.

 

2023년 7월 31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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