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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3 18:48

오픈 웹, 오픈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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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웹(Open Web)"은 현재 특정 OS환경(MS 윈도우)과 프로그램(IE)만 사용해야 하는 한국의 전자정부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국제 표준에 맞도록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현재 한국의 전자정부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 특정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리눅스, Mac등 다른 OS와, 모질라 불여우, 사파리, 오페라 등 다른 웹 브라우저로는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꼭 그 방법만으로만 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몇가지의 방법으로, 웹 표준을 지켜서 구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편의적 발상과 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한 가지 방법만을 고수했고, 그래서 특정 OS와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과 그로 인한 모순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고착화되는데 일조했다.

이 렇게 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환경(MS윈도우+IE)을 사용한다는 이유로(90%이상), 충분한 고민과 전망없이 당장 효율적인 방법으로(ActiveX)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인데, 그동안 정부와 은행은 소극적인,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기술-정책 중립적인 관점과 방법으로 임해야 할 정부가 예산 부족등을 핑계로 사실상 소수자와 다양성을 무시해 온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공인인증서를 관리하는 최상위급의 기관인 금융결제원이다. "오픈 웹"은 사람들을 모아 조직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금융결제원은 2006년 안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가 넘어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픈 웹측은 4억1,500만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조정을 제기했다.

논란의 핵심인 ActiveX 가, 새로 발매되는 MS의 운영체제에서 기본적으로 지원되지 않게 되면서 이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ActiveX는 이미 그 보안상 취약성으로 인해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통계상 대부분의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이거라고 할 정도였기에, MS도 새로운 운영체제에 그 기능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그 기술을 반드시 사용하게끔 해 놓은 한국의 대부분 공공/금융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새로 개발하고, 확산하는데는 시간과 비용이 걸리는 것이기에, 정부는 구차하게도 MS측에 새 OS에 그 기능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며, 일반 사용자에게는 새 OS 구입을 미룰 것을 요청했다. 공공의 자원을 들이고, 활용하는 서비스를 특정 기술과 환경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고착시켜 놓았기에 생긴 문제였다. 애초부터 혹은 늦게라도 진작 표준 기술을 활용해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면 이런 난리를 겪고, 과다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상황으로 가진 않았을 것이다.

현재, 기존 방식에 대한 기술적 대안들이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또한 그런 것을 활용해 개발된 것들도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깊다. 한국의 IT산업은 이미 대부분 특정 환경에 맞춘 개발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정부로부터, 대기업, 중소기업, 프리랜서에 이르기까지 하도급 구조로 연결되어 있어, 정부의 방침 변경은 지금 한국 IT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IT강국" 한국의 IT산업은 그렇게 왜곡되고, 굳어 있다. 그래서 실제로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큰 원칙에서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더라도 실제로 그것이 이뤄지도록 거듭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 때문인지 점차 그런 기술적 대안들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듯한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까 걱정된다. 어떤 기술이 좋은가를 판단하는 것은 지금부터 열어놓고 논의해야겠지만, 보안 관련한 기술들은 대체로 까다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특히 이런 것에 생소한 사람들은 처음 이 문제에 접했을때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관심을 돌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보화가 가져오는 밝은 면과 어두운면은  결국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으로 몰리게 된 이유를 꼽아봤을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정보화가 정부주도의 "위로부터의", 기술중심적인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문화 중심적인 정보화가 아니라, "IT강국"의 허상을 위해 다른 부문의 희생을 바탕으로, 산업구조를 왜곡시켜 가며 부풀려 온 결과이다. 그래서 유독 한국에서 특정 OS와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인데, 이걸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근시안적 사고로 당장의 외연을 갖추기 위해 그런 환경에 바탕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래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IT 환경과 문화의 획일화, 경직화를 불러왔다. 물론 경직과 획일은 IT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보다 기술환경 중심의, 물량 위주의 성급한 발전 전략이 가져온 부작용은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가득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악플" 등 한국 정보화의 어두운 면등은, 바로 이런 왜곡된 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위로부터의"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문화적 성숙보다는 "인터넷 실명제"등 실효도 없다는 것이 입증된 방식으로 강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 양한 것들을 접할 겨를 없이 대량으로 쏟아져 보급된 환경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고, 그러니 자본주의적 서비스들이 그런 환경에 맞춰 나오는 것은 뻔한 흐름이다. 그러면 다시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그런 환경을 더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정부의, 공공 기관의 역할은 이런 현상을 바로 잡는 일이다. 억지로 강제하지는 않더라도 변화를 유도하고, 변화를 위한 움직임들을 지원해야 한다. 적어도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만이라도, 모든 사람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평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성별, 연령, 인종, 능력과 상관 없이 모두가 기본적인 권리를 갖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 정보화 서비스에 있어도 어떤 정보기기와 프로그램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받아야 한다.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작성할 때 꼭 어느 회사의 볼펜으로만 써야 한다는 규정을 하는 것이 온당할까? 설령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기있는 펜이라 해도 말이다.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특정 회사의 볼펜이 갖는 특성을 활용할 때 이점들이 있어 그걸 사용하게끔 했다고. 그럼, 그 특성을 갖는 볼펜이 다른 벤더의, 다른 종류가 있다면? 그럼 당연히 그걸 쓰는 걸 제약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공인인증서가 그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근본 원인이,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근시안적인 사고와 조급증에 의한 성과 중심의 일 처리 방식이라는 것,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기본 마인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부족한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된 데 지금껏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는데 있다. 그리고 최소한 그런 문제를 극복하려는 자발적인, 대중적인 움직임에 정부는 적극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때 엄청난 사회적 위험성(risk)을 안고 살게 되며,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계속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성과 비용은 구성원 모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 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정말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열린 마인드를 갖는 것이 이번 오픈웹 운동과 공인인증서-ActiveX대란을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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