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bloter.net/_news/8df427edea77e93d
[IT수다떨기]한 국산 SW 업체 도산을 보면서...
블로터 도안구 기자
기록물관리 솔루션 업체인 한 기업이 최근 부도가 났다. 아직 상장도 안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도산이야 늘상 있어왔던 일이긴 하지만, 이번 사태가 가져올 후폭풍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는 국가기록물관리 프로젝트 시장에서 2위에 오를 정도로 공격적인 사업을 벌여왔다. 이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또 다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신뢰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수도 있다.
국가 기록물관리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당시, 관련 업계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덤핑 입찰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모처럼 제값받는 공정한 경쟁을 펼치자는 업계 내부의 자발적인 자정운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늘 그렇듯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말았다.
자의든 타의든 이 회사는 그러한 가격경쟁의 선두에 있었고, 관련 업계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지나친 저가 정책은 시장은 물론, 해당 업체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어찌됐든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기록물관리 솔루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저가 수주가 결국은 해당 기업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며 "하지만 많은 고객들이 최저입찰제를 통해 그 업체를 선택했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제값받기, 유지보수요율의 현실화, 대형 SI업체 주도의 관급공사 수발주 관행을 타파하자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정부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런 목소리들을 조금씩 수용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또 다시, 저가입찰제의 폐해로 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100여개 정도의 고객사가 있었다니 얼마나 큰 문제가 되겠는가? 관련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고객들에게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값을 지불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현장에 가면 출혈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를 자행하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로 평가받는 기업들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익성 보다는 일단 매출을 높이고 덩치를 키우는데 급급해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돼서 회사가 부도를 내기에 이른다.
청와대에 몰려가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살려달라고 하면서, 뒤로는 스스로 시장 자체를 흐려놓고 있다.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는 몇몇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도매금으로 같이 고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양비론적 시각이지만 정부도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문제를 키운 당사자다. 최저입찰제를 고수하면서 적정한 소프트웨어 도입 비용과 유지보수요율을 책정해주지 않아서다. 오히려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아래 관련 업체간 경쟁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프로그램저작권 위탁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간에 납품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부도가 나는 것을 대비해 일단 관련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이 소스를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안정장치다. 이런 안정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활용도는 미미한 상황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부터 혼탁한 경쟁을 안하는 것이지만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많은 상황에서 '지나친 경쟁을 하지말라'고 말할 상황도 아니다.
이제는 도입하는 고객 혹은 정부가 좀 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피해가 발생하면 "거봐라. 이러니까 우리가 대형 SI업체를 믿을 수 밖에 없고, 외국산 솔루션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는 나몰라라식 변명은 그만하자.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제값을 지불하지 않고 도입하려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제값을 주더라도 꼭 안정장치를 마련해 언제 있을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제대로 사업을 하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설자리가 늘어난다. "왜 우리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수고스러워야 하느냐"고 묻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최소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피해자는 속출할 것이고 잠시나마 시끌벅적할 것이다. 이럴 때 어떤 해법이 고객도 살고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도 사는지 좀더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아마도 쉬쉬 하면서 서둘러 문제를 봉합하려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제2, 제3의 사태를 기다려야 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얼마나 더 똑같은 경험이 필요한가.
연초에 생긴 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부도를 보고 올해는 이런 일들이 되도록이면 최소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IT수다떨기]한 국산 SW 업체 도산을 보면서...
블로터 도안구 기자
기록물관리 솔루션 업체인 한 기업이 최근 부도가 났다. 아직 상장도 안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도산이야 늘상 있어왔던 일이긴 하지만, 이번 사태가 가져올 후폭풍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는 국가기록물관리 프로젝트 시장에서 2위에 오를 정도로 공격적인 사업을 벌여왔다. 이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또 다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신뢰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수도 있다.
국가 기록물관리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당시, 관련 업계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덤핑 입찰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모처럼 제값받는 공정한 경쟁을 펼치자는 업계 내부의 자발적인 자정운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늘 그렇듯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말았다.
자의든 타의든 이 회사는 그러한 가격경쟁의 선두에 있었고, 관련 업계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지나친 저가 정책은 시장은 물론, 해당 업체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어찌됐든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기록물관리 솔루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저가 수주가 결국은 해당 기업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며 "하지만 많은 고객들이 최저입찰제를 통해 그 업체를 선택했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제값받기, 유지보수요율의 현실화, 대형 SI업체 주도의 관급공사 수발주 관행을 타파하자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정부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런 목소리들을 조금씩 수용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또 다시, 저가입찰제의 폐해로 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100여개 정도의 고객사가 있었다니 얼마나 큰 문제가 되겠는가? 관련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고객들에게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값을 지불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현장에 가면 출혈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를 자행하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로 평가받는 기업들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익성 보다는 일단 매출을 높이고 덩치를 키우는데 급급해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돼서 회사가 부도를 내기에 이른다.
청와대에 몰려가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살려달라고 하면서, 뒤로는 스스로 시장 자체를 흐려놓고 있다.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는 몇몇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도매금으로 같이 고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양비론적 시각이지만 정부도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문제를 키운 당사자다. 최저입찰제를 고수하면서 적정한 소프트웨어 도입 비용과 유지보수요율을 책정해주지 않아서다. 오히려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아래 관련 업체간 경쟁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프로그램저작권 위탁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간에 납품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부도가 나는 것을 대비해 일단 관련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이 소스를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안정장치다. 이런 안정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활용도는 미미한 상황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부터 혼탁한 경쟁을 안하는 것이지만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많은 상황에서 '지나친 경쟁을 하지말라'고 말할 상황도 아니다.
이제는 도입하는 고객 혹은 정부가 좀 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피해가 발생하면 "거봐라. 이러니까 우리가 대형 SI업체를 믿을 수 밖에 없고, 외국산 솔루션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는 나몰라라식 변명은 그만하자.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제값을 지불하지 않고 도입하려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제값을 주더라도 꼭 안정장치를 마련해 언제 있을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제대로 사업을 하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설자리가 늘어난다. "왜 우리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수고스러워야 하느냐"고 묻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최소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피해자는 속출할 것이고 잠시나마 시끌벅적할 것이다. 이럴 때 어떤 해법이 고객도 살고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도 사는지 좀더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아마도 쉬쉬 하면서 서둘러 문제를 봉합하려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제2, 제3의 사태를 기다려야 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얼마나 더 똑같은 경험이 필요한가.
연초에 생긴 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부도를 보고 올해는 이런 일들이 되도록이면 최소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