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

되는 대로 살았다
술과 여자와 주먹
나는 가난했으므로
일찍이 집을 뛰쳐나와
주먹세계에서 꼴리는 대로 살았다
세상을 저주하며 주먹을 휘둘렀고
부모를 증오하며 칼을 휘둘렀다
나는 이 바닥에서 제법 쓸 만한 놈이 되었다

되는 대로 살았다
판잣집도 때려부수고
깃발 들고 거리질서 어지럽히는 놈들
대가리도 뽀개고
똘만이들 풀어 구사대도 만들어주고
선거 때는 쇠파이프도 휘둘러
자유를 수호하면 반공에 앞장섰다
식칼테러로 대통령 표창받은 나는,
자유대한의 애국자가 되었다

되는 대로 살았다
나는 겁대가리 없이 놀다가 애꾸가 되었지만
이 주먹에 내 인생을 걸고
오로지 한 길만 걸은 덕분에
출세한 판검사, 시경국장, 의원님을 형님처럼 모시게 되었다
힘있는 놈한텐 아부도 떨었고
약한 놈한테 까라, 까면 통했다
힘있는 놈이 장땡이라는 것
주먹세계에서 배우며
되는 대로 살았다

술과 여자와 주먹
닥치는 대로 방탕하게 살았지만
주먹으로도 출세할 수 있고
돈벌어 국회의원 되는 길도 보였다
내가 육사만 나왔어도 이 나라 최고 깡패가 되는 건데
학벌 없어 해결사 노릇밖에 못하는 좆같은 세상
더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형님들처럼
입으로만 나불대는 애국자가 아니라
온몸으로 조국에 충성하는 근로 보국대, 자유대한의 마지막 보루

술과 여자와 주먹
협박 공갈 사기 테러 구사대
형님들과 더불어
자유대한의 품에서
되는 대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