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2005.06.17 18:12

27년만의 복직투쟁..

woo
조회 수 9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겨레 신문에서 발견한 글입니다.

긴시간의 투쟁을
짧은시간동안 읽어보며
노동조합하고있는 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더군요..
...
...
내가 동일방직 누이들을 만난 것은 80년 광주항쟁이 처절하게 짓밟히고 난 직후였다.
동일방직 회사가 있었던 만석동 판자촌에서 자취를 하면서 지금은 일꾼교회로 이름을 바꾼 도시산업선교회에 예배를 보러 가면서 만나게 된 것이다. 5월 광주의 그 처절한 좌절 뒤에 만난 누이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은 대학 1년생이었던 나에게 또 다른 충격이었고 삶의 지표가 되었다.

똥물세례로 유명한 동일방직 사건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굴러가는 낙엽만 보아도 깔깔 웃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을 갓 넘은 청춘들이었다. 이른바 산업역군으로 장시간, 저임금의 고된 노동으로 70년대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던 이들 ‘여공’들의 요구는 단지 자신들이 뽑은 위원장과 노동조합을 지키려고 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들 여공에게 돌아온 것은 참으로 입에 담기조차 힘든 전대미문의 탄압이었다.

위원장이 연행되면서 시작된 8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한 밤샘 농성. 알몸이 되면 차마 여자의 몸에 손대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모두 나체가 된 이들에게 회사와 경찰은 곤봉으로 내려치고 머리채를 끌고 닭장차에 실었다. 새로운 노동조합 선거가 치러지는 순간, 투표하러 가는 여성 조합원들을 향해 똥이 뿌려졌다. 그들은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달아나는 조합원들을 붙잡아 젖가슴 속으로 똥을 집어넣기도 했고, 통째로 뒤집어씌우기도 했다. 밟히고, 차이고, 갇히면서 124명은 동일방직에서 해고되었다. 회사에서 쫓겨나서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이들이 취업할 길은 막막했고, 형사들의 감시 속에서 이중삼중으로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누이들의 머리는 하얀 서리가 내려 50 나이를 훌쩍 넘기고 있다. 모진 세월을 버티며 살아온 이 누이들이 오늘 희끗해진 머리를 하고 다시 동일방직 정문 앞에 섰다. 27년 만의 복직을 위해서…. 집회에서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부를 때, 이 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1955년에 설립된 동일방직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여 ‘인간존중’ ‘정도경영’ ‘가치 창조’를 기업이념으로 이제 1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그룹이 되어 있다. 동일방직 누이들의 복직은 단순한 복직이 아니다. 이들을 복직시키는 것은 몹쓸 짓을 했던 당사자가 무릎 꿇고 사죄하는 일이다. 27년의 세월이 지난 이제라도 진정으로 화해를 구하는 길이다. 저 뒤틀린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인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8 2천만원 든 돈가방 분실 고튜튀김 2020.12.08 7
207 2월 22일 기륭집중집회에 함께 해주세요! 기륭전자분회 2008.02.20 1852
206 2년 경력 미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1 까까오 2014.10.22 766
205 28일에 송년회를 하려고 합니다.. Xu 2004.12.18 839
204 27일 토요일은 공무원 쉬지 않나요? 서지훈 2003.12.24 833
» 27년만의 복직투쟁.. woo 2005.06.17 964
202 26일 친목 도모에 관한 사항입니다. Xu 2004.05.15 911
201 242일째 코로나 지역감염 0명 고튜튀김 2020.12.11 4
200 242일째 코로나 지역감염 0명 고튜튀김 2020.12.12 10
199 242일째 코로나 지역감염 0명 고튜튀김 2020.12.12 26
198 23일 월요일 8시 사무국 모임입니다 1 Xu 2004.02.19 818
197 22년 전 보이그룹 시절 정지훈 고튜튀김 2020.07.23 2
196 22개월 된 딸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 입니다. 슈거슈거 2014.03.01 1238
195 21일 수요일 8시 반 사무국 모임있습니다. Xu 2004.04.20 808
194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 포럼에 초대합니다. 다함께 남부지구 2010.03.02 3698
193 20일 반전집회 일정 공지해주세요.. ksd 2004.03.19 1103
192 20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야간작업을 반복하다 돌연사했다 8 30대플머 2004.11.03 2284
191 2019년을 요약한 음식 고튜튀김 2020.11.17 3
190 2015년 7월 다지원 강좌! 게임의 부름, 인간의 대답 : 우리는 게임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다중지성의정원 2015.06.24 206
189 2015 여름 자유인문캠프가 열립니다~! file 자유인문캠프 2015.07.01 199
Board Pagination Prev 1 ...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 129 Next
/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