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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님을 추모하며

중학교를 중퇴하고 봉천동 꼭대기 산동네에서 자전거로 막걸리를 배달하던 한 소년이
며칠 전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이 세상을 떠나 가셨습니다.

그 소년은 1953년 5월 생입니다.
이 땅을 외세의 칼날이 갈기갈기 찢어 분단으로 내몰던
그 전쟁의 한 복판에서 태어나신 것이지요.

분단으로 찢겨진 조국, 경쟁력만이 살 길이라는 재벌의 나라에서 그 소년은 버려졌습니다.
경쟁력만이 살 길이라며 돈 없으면 죽는다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의 조국은 그 소년에게는 고단한 삶만 안겨주었고,
가혹한 가난과 외로움은 그 소년을 평생 따라다녔습니다.

40여 년 전 한 여름,
온 몸에 막걸리 냄새와 땀 냄새에 쩔어 있었을 촌티 나는 그 소년,
한 겨울이면 산동네의 미끄러운 비탈길에서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움직였을 그 눈물 많았던 소년.

그러나 이 가혹한 자본주의가 그 소년을 내 팽개쳤을지는 몰라도
짓밟을 수는 없었습니다.

가혹한 이기주의의 세상, 신자유주의 세상, 자본주의의 세상에서도
인간의 모습은 짓밟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듯이,
허세욱 님은 ‘사람의 모습’이 무엇이던가를
이 분단과 자본의 사회에서 자신의 몸으로 당당하고도 분명하게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이 세상은 그에게 버림과 가혹한 가난만 주었지만
당신은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주면서 살아가셨습니다.
철거당하는 삶들에게도, 어려운 서점을 살리는 데에도,
독거노인들을 돕는 데에도 앞장서시었습니다.
세상에 쫓기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택시 노동자들과 민주노조를 세워 냈습니다.
파탄난 농민들이 서울에 올라와 싸우다 경찰서에 끌려갔다 새벽에 풀려 나오면 그 시각까지 기다렸다가 농민들을 택시에 태워 드렸습니다.
돈 없는 학생들이 집회장에 가려고 서두르면 무료로 태워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2002년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
그 죽음은 미국이야말로
허세욱 님의 삶을 내팽겨쳐 버린
분단과 신자유주의의 원흉임을
분명하게 깨닫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태어나셨던 날 진행되고 있었던 비극의 침략전쟁을
또 다시 준비하는 미국을 막아 나서셨습니다.
미군의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라크 전에의 파병반대에 온 몸을 던져서 막고자 하셨습니다.

자신의 어릴 적 몸에 배었던 땀 내음과 막걸리 내음,
그리고 눈물까지 모두 모아,
막고자 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미선이,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를 모아
평택 대추리 벌판을 유린하는 군 헬리콥터기를 막아 나서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목숨까지 기어이 이 세상에 주고 가셨습니다.
자신의 어릴 적 삶에서 배움의 기회마저 박탈해간 바로 그 원한의 소리,
또 다시 수많은 어린 삶들을 버림받게 할 바로 그 소리,
“경쟁력만이 살 길”이라는 그 잔인한 구호를 막아내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 농민들, 영세상인들의 눈물을 대신해 자신의 목숨을 세상에 주고 가셨습니다.

한미에프티에이 폐기하라.
이 함성이 당신의 목숨까지 앗아간 마지막 함성이었습니다.

마지막 가시기 이틀 전까지도
비닐로 친 광화문 열린 광장의 농성장이 비에 샐까봐
새벽 한시 넘어 까지 비를 맞으면서 아무도 보지도 않는데서
일일이 돌아 보셨습니다.

마지막 까지도 동지들의 고생을 더 걱정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농성장이 비에 새지 않게 돌아보시면서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의 사랑하는 동지들에게 마지막 하직인사를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허세욱 님, 이렇게 가실 수는 없습니다.
미선이, 효순이의 한을 풀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일어나 함께 싸워야 합니다.
미선이, 효순이의 한을 풀지 않고는 우리는 쓰러질 수 없지 않습니까.

-------

허세욱 동지, 미선이, 효순이를 만나거들랑
저희들의 마음을 모아 꼭 껴안아주시고
솔직하게 전해주십시오.
아직까지 너희들의 한을 다 풀지 못했다고-----.
아직도 이 나라는 여경을 성추행하고도 미군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고,
전쟁을 불러올 미군기지를 확장하고 있고,
잔인한 미국의 경제침략이 진행되는 나라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러나 남은 자들이 반드시 그 한을 풀고 말 것이라고 손목을 잡고 전해 주세요.

허세욱 동지, 당신을 추모하는 촛불집회 이 곳 어느 구석에서인가
동지가 촛불을 들고 그 자리에 서 계신 것 같군요.
흰머리에 검은 잠바를 입고서 따뜻한 커피 한잔 사들고
옆으로 다가오실 것 같습니다.
그 모습으로 언제나 저희와 함께 싸우고, 울고 웃고 해주십시오.

화염 속에서 동지가 마지막 숨을 모아 절절하게 외쳤던 구호,
동지와 함께 외치고 싶습니다.

한미에프티에이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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