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www.bloter.net/_news/8df4284fe72662fe
플랫폼 종속형 애플리케이션의 비애
블로터 도안구 기자(eyeball@bloter.net)
"누군 웹 표준을 따르고 싶지 않아 안 따르나요? 웹 표준 따르자고 하면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고, 당연히 비용이 상승하는데 발주처가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고, 그냥 하던대로 빨리 하기나 하라고 합니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거야 다 알지만 이런 플랫폼을 만들자고 하면 지금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걸 참아 낼 경영진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니까 그냥 지금 제공하는 서비스나 계속 지원하는 수밖에 없죠. 뭐"
"윗사람들은 익스플로러 사용자가 98%가 넘는데 뭐하러 돈 들여서 나머지를 지원하냐?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하던 거나 제대로 좀 해라고 하죠. 그럼 뭐 저도 그냥 하는 거죠 쩝."
"인터넷뱅킹 사이트만 보면 액티브X를 걷어내기 쉬울 것 같지만 웹에 제공하기 위해 연동된 수많은 은행 시스템들이 있다. 이를 모두 수정하려면 엄청난 인력이 투입된다. 문제는 돈이다. 표준을 따른다지만 생돈이 나가야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액티브X와 관련해 통화하거나 만나본 웹 개발자나 은행권 종사자들의 말이다. 어떤가? 다 한결 같지 않은가? 액티브X를 써서 이만큼 성과를 냈는데 '굳이 뭐하러 바꾸냐'는 윗분들의 시각이 천편일률적이다. 뜻이 있어도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좌절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도 좌절만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이번 문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쓰라린 경험으로 삼으면 된다.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엇부터 해야할까?
인터넷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한글화를 이끌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윤석찬 팀장에게 다이얼을 돌렸다. 그는 제주도에 있다.
윤 팀장은 "이번 기회에 플랫폼 독립적인 기술을 도입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국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특정 제품 기반으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나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지금처럼 보안 기준이나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하면 이에 맞도록 또 다시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 문제를 최소화해야 하고,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액티브X를 이용해 인터넷뱅킹이나 e-거버먼트 활용을 극대화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런 사이트를 운영할 때 특정 회사의 제품 업데이트에 따라 온 나라와 산업계가 들썩이는 웃지못할 일이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인 성과 달성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지속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해야 하는 문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운영체제나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더라도 사용이 가능한 플랫폼 독립적인 기술을 활용하자고 한다. 그 기술들이 자바애플릿이나 플래시, ajax,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RIA, 웹과 데스크톱의 융합…RIA발 '빅뱅'을 논하다) 같은 것이라고 전한다.
윤석찬 팀장은 좀 오래 걸리는 문제지만 미봉책으로 액티브X를 사용하기 위한 편법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약을 해보자. 국내 PC 제조회사들은 윈도비스타 출시로 모처럼 PC 판매에 호재가 생겼다고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하지만 정부나 금융권에서는 액티브X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2~3달 정도 문제가 해결된 뒤 구입해 사용하라는 권고 아닌 권고를 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도 울상일 뿐더러 PC제조사들도 힘이 빠진다. 플랫폼 종속형 서비스가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금액적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사고해 적용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더 많은 서비스들이 연동돼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될 비용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액티브X를 권장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안에 취약하다고 액티브X 구동을 일단 막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뚜렷한 대안은 없다. 여전히 액티브X는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2~3개월 동안 플랫폼 독립적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금융권이나 정부 사이트에 적용된 기존 인프라를 대체하려면 사회적인 논의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특정 플랫폼 종속형 서비스로 이만큼의 성과를 내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사태 아닌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 최고의 플랫폼 독립적 응용프로그램들이 선보이고, 이를 통해 전세계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IT 강국' 운운하던 정보통신부나 정부나 금융권 등의 의사 결정자들이 이번 사태를 보면서 좀 더 전향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이번 한번으로 전세계 누리꾼이나 다른 나라의 조롱거리가 됐으면 족하지 않은가?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예견된 문제였음에도 제대로 경종을 올리지 못했던 기자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
플랫폼 종속형 애플리케이션의 비애
블로터 도안구 기자(eyeball@bloter.net)
"누군 웹 표준을 따르고 싶지 않아 안 따르나요? 웹 표준 따르자고 하면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고, 당연히 비용이 상승하는데 발주처가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고, 그냥 하던대로 빨리 하기나 하라고 합니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거야 다 알지만 이런 플랫폼을 만들자고 하면 지금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걸 참아 낼 경영진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니까 그냥 지금 제공하는 서비스나 계속 지원하는 수밖에 없죠. 뭐"
"윗사람들은 익스플로러 사용자가 98%가 넘는데 뭐하러 돈 들여서 나머지를 지원하냐?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하던 거나 제대로 좀 해라고 하죠. 그럼 뭐 저도 그냥 하는 거죠 쩝."
"인터넷뱅킹 사이트만 보면 액티브X를 걷어내기 쉬울 것 같지만 웹에 제공하기 위해 연동된 수많은 은행 시스템들이 있다. 이를 모두 수정하려면 엄청난 인력이 투입된다. 문제는 돈이다. 표준을 따른다지만 생돈이 나가야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액티브X와 관련해 통화하거나 만나본 웹 개발자나 은행권 종사자들의 말이다. 어떤가? 다 한결 같지 않은가? 액티브X를 써서 이만큼 성과를 냈는데 '굳이 뭐하러 바꾸냐'는 윗분들의 시각이 천편일률적이다. 뜻이 있어도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좌절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도 좌절만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이번 문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쓰라린 경험으로 삼으면 된다.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엇부터 해야할까?
인터넷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한글화를 이끌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윤석찬 팀장에게 다이얼을 돌렸다. 그는 제주도에 있다.
윤 팀장은 "이번 기회에 플랫폼 독립적인 기술을 도입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국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특정 제품 기반으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나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지금처럼 보안 기준이나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하면 이에 맞도록 또 다시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 문제를 최소화해야 하고,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액티브X를 이용해 인터넷뱅킹이나 e-거버먼트 활용을 극대화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런 사이트를 운영할 때 특정 회사의 제품 업데이트에 따라 온 나라와 산업계가 들썩이는 웃지못할 일이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인 성과 달성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지속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해야 하는 문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운영체제나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더라도 사용이 가능한 플랫폼 독립적인 기술을 활용하자고 한다. 그 기술들이 자바애플릿이나 플래시, ajax,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RIA, 웹과 데스크톱의 융합…RIA발 '빅뱅'을 논하다) 같은 것이라고 전한다.
윤석찬 팀장은 좀 오래 걸리는 문제지만 미봉책으로 액티브X를 사용하기 위한 편법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약을 해보자. 국내 PC 제조회사들은 윈도비스타 출시로 모처럼 PC 판매에 호재가 생겼다고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하지만 정부나 금융권에서는 액티브X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2~3달 정도 문제가 해결된 뒤 구입해 사용하라는 권고 아닌 권고를 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도 울상일 뿐더러 PC제조사들도 힘이 빠진다. 플랫폼 종속형 서비스가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금액적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사고해 적용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더 많은 서비스들이 연동돼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될 비용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액티브X를 권장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안에 취약하다고 액티브X 구동을 일단 막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뚜렷한 대안은 없다. 여전히 액티브X는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2~3개월 동안 플랫폼 독립적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금융권이나 정부 사이트에 적용된 기존 인프라를 대체하려면 사회적인 논의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특정 플랫폼 종속형 서비스로 이만큼의 성과를 내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사태 아닌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 최고의 플랫폼 독립적 응용프로그램들이 선보이고, 이를 통해 전세계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IT 강국' 운운하던 정보통신부나 정부나 금융권 등의 의사 결정자들이 이번 사태를 보면서 좀 더 전향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이번 한번으로 전세계 누리꾼이나 다른 나라의 조롱거리가 됐으면 족하지 않은가?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예견된 문제였음에도 제대로 경종을 올리지 못했던 기자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