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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계는 없다.' 이공계 위기론의 실체. - 김하원



이 름    김하원

제 목    '이공계는 없다.' 이공계 위기론의 실체.

자식 입에서 이공계 가겠다는 말이 나올까 무서운 요즘, 과학기술 각계 전문가들이 과학기술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 정책이 신뢰를 받은 적이 드물긴 했으나,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의 CEO앞에서 공대 학생이 의대 편입의 '야망' 을 당당하게 피력하는 현실에서 왜 정부가 그토록 주기적으로 신경을 써주는 이공계 관련 대책들이 도통 약발이 들지 않는지를 살펴볼 때도 됐다.
그렇다. 정부의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를 위한 노력은, 부동산과 경기부양대책을 제외하고 보면 꽤 불쌍하다싶을 정도로 많은 노력과 숱한 실패를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잊을만하면 국민세금축낸다는 말을 들어가며 오늘도 대입원서를 손에 쥐어든 학생이 한명이라도 한국과학기술계를 향한 길을 택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잠못 이룰 정부 당국자를 위해서라도 이공계 기피의 원인과 그에 따른 정부 대책들에 대해 찬찬히 짚어보기로 하자.


1. 이공계 기피 현상의 시작과 원인

이공계 기피 현상은 90년대 후반 대학 학부의 이공계 지망생이 정원을 대거 미달하고 이공계 대학원의 경쟁률이 대폭 하락하면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정확한 분석인가가 이 글의 주제이다) 곧이어 학부생들의 자퇴를 비롯한 학업 포기와, 고시 열풍이 가세하면서 이공계 대학에서의 학생들의 엑소더스는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역시 일선 고등학교의 자연계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수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중 자연계를 선택하는 학생들 중에는 매우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들이 일부 있기는 했으나 그들은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안정된 고수익이 보장되는' 의학계열을 선택함으로써 한때 최고득점자들을 독식하던 순수과학계열에게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 어떤가를 조용히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화되어, 이른바 명문 이공계열 대학의 커트라인이 급격히 낮아지고, 다른 진로를 향해 대학 합격의 영광을 과감히 내던지는 학생들이 줄을 잇기 시작하자, 교육 당국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는 다양한 대책을 내세우며 학생 유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2.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들.

일단 이공계열 대학에 학생들이 몰리게 되면 한국과학기술의 미래는 빛을 되찾게 될 것이므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더이상 대학가느라 밭과 논을 팔지 않아도 되게끔 학생들에게 쌈짓돈을 쥐어주는 일이었다. 장학금 정책이 줄을 이었고, 최근에는 이공계를 선택한 학생들 거의 전부에 그 혜택을 분배함으로써 수능몇점에 사람차별한다는 마음 갖지 않도록 하는 배려까지 옵션으로 붙었다.

또한 어린 학생들이 과학을 어려워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교육 최전선의 교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과학관이 설립되고 과학트럭이 등장하여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대학도 분연히 일어서, 최근에는 왜 공대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매스컴도 각종 토론회와 특집을 통하여 이공계기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묻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범정부(!)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술한국의 역꾼이 되어야 할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이공계열 장학금이 늘어날 때마다 재수생과 편입생은 늘어만 갔고, 이공계열의 전망과 비전을 강조하는 강연회가 열릴 때마다 의치학대학원 편입 학원이 늘어갔다.


3. 대체 왜?

대체 왜 학생들은 정부와 학교들의 이러한 눈물겨운 노력들에 이토록 냉정한 것일까.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이공계기피가 언제 시작되었나. 이공계 기피란 단어가 매스컴에 등장하고 사회문제로 부각된 시점은, IMF한파로 과학기술인이 대거 실직되던 때도 아니고, 외국의 유명 저널에서 인정받은 한국인 학자가 연구할 곳을 찾지 못하던 때도 아니었다. 교육 일선에서 진로지도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고, 대학의 정원 유지가 힘들어지며, 기업들이 기술인력수급이 예전같지 않음이 느껴지게 된 때였다.

무엇을 위한 이공계 기피 대책인가. 정부의 일련의 대책과 언론의 움직임 등을 들여다보면 과학기술인들이 정부의 대책에 등돌리게 된 이유가 보이게 된다.

외자 유치를 위한 외국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과학기술인력이 풍부하고, 저렴한 나라다. 그것은 국가에서 보증할 수 있는 점이고, 따라서 여러가지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투자 가치가 충분한 나라다.
대통령이 직접 보증한 내용이니, 사실일 것이다. 한국은 외국 자본의 유치를 위하여 과학기술인의 '저렴한 공급' 이 보장되는 나라다. 과학기술인의 비전과 전망을 앞서 외치던 정부에서 과학기술인의 떨이처분을 전세계에 천명했다.

이공계에 관련된 여러가지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이공계 위기를 보는 사회의 시각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중 백미는 역시 IT 인력 양성과 외국 유학생 인턴십 제도일 것이다.


4. 인력 10만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IT 인력 양성, 정보화강국의 기치를 높이 든 정부에서 재계에 물어본즉, 핵심인력이 부족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여 IT 전문인력 10만명을 양성하자는 듣기에도 가슴벅차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의약계열 대학들의 정원 감축 계획이 신문지상의 한 면을 장식하던 가운데 정부의 로드맵은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졌고, 수많은 IT관련 학원이 들어서며 IT계로의 진출을 꿈꾸던 청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투입된 IT 양성 계획, 그것이 하나둘씩 맺은 열매들의 맛을 보기 시작한 기업들과 청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다. 웬만한 프로그래밍설계쯤은 거뜬히 해내는 고급인력을 기대했던 기업들이, 깨끗한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를 다루는 첨단 업무에 종사하며 괜찮은 월급이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직장을 기대했던 청년들이 마주친 현실은, 책 몇권 주고 단기 숙성시킨 비슷한 수준의 'IT전문가' 들만이 넘쳐나는 채용시장이었다. 기업들은 필요한 인재를, 청년들은 괜찮은 직장을 찾지 못했고, 그 와중에 정말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고수' 들까지도 묻혀 버렸다. 몸값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져갔음에도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없었다. 남은 것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급격히 늘어난 'IT 학원'들 뿐이었다.

인간되기 위해 대학은 간다는 나라에서도 대학원까지는 아니다. 대학원의 미달 사태는 참혹할 정도에 이르게 되고, 결국 정부는 대학원생들에 목말라하는 학교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한국인 이공계인들의 월급타령을 피하기 위해, 인력수입을 계획하게 된다. '못사는 나라들'의 인재들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몰려들 것이고, 이들은 한국인만큼의 월급을 주지 않아도 열심히 학문에 정진하며 한국 과학기술을 지탱해나갈 것이다. '생각만 해도' (Queen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와 함께하면 더 좋음) 가슴 한구석 뿌듯해지는 계획이지 않은가.

그렇게 하여, 외국인 장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은 첫삽을 뜨기 시작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대학원들은 정원을 채울 수 있었고, 기업들은 '외국인 출신의 글로벌 인재' 들이 자기 회사의 매출을 올려줄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진짜 뛰어난 인재들은 미국과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그것은 알 도리가 없었다.

이들의 활약을 모두가 가슴졸이며 지켜보는 동안, 한국인 대학원생들은 '귀하신 외국인 유학생'들이 낯선 한국땅에서 고생하며 실망하지 않도록 스스로의 학업조차 뒤로 미룬 채 온갖 심적 물적 배려를 아끼지 않'게 되었'고, 한국의 기업들에서 경력을 쌓은 '외국인 인재' 들은 선진국의 손짓에 화답하여 떠나갔다. 결국 과학기술인들은 깨닫게 된다. 이공계 기피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자신들을 위한게 아니라는 것을..


5. 이공계가 없는 이공계 위기론. 그 실체는..

이공계 위기론에는 이공계인이 없다. 거기에는 고등학생들과 재수생, 편입생들만 득실거린다. 과학자가 연구를 하지 못하고, 기술자가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선 아무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까지 주어서 보낸 과학자가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어도, 우리나라에선 그것이 왜 필요하냐는 물음 뿐이다. 명문 공과대학 학생들이 법전을 집어드는 것에 대해선 온나라가 걱정하는데, 책정된 연구비의 6할이 행정비용으로 새나가는 것에는 침묵한다.

어째서 장학금 대책 같은 것이 나오는가. 우리 사회가 인식하는 이공계 문제가 과학기술인과 과학기술 풍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정원 못채우는 것이, 채용시장에서 공급되는 인력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매출에 기여도 못하는 연구 따위를 하면서 월급을 축내는 것이 문제이지 마이크로프로세서전문가가 휴대폰 안테나 설계를 하고, 터보엔진제작에 이골이 난 경력자가 나이 40 됐으니 관리와 사표 중 택일을 강요받는 현실이 문제가 아니란거다.

결국 과학과 기술이 사라진 이공계 문제에서 남은 것은 교육뿐이다. 오로지 커트라인과 경쟁률만이 떠돈다. 대학 지원율이 과학기술경쟁력과 연구환경을 말해주는가. 어떻게든 대학에 밀어넣고, 대체복무제를 미끼로 대학원까지 투자를 하게 되면 그때까지의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이공계에 남는 사람들이 꽤 되긴 할 것이다. 현장과 직장과 연구소는 사라진채 교육만이 남은 이공계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갖게 되는 마인드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엉뚱한 의대가 한의대가 한국과학경쟁력을 발목잡는 마녀로 떠올라, 일부 명문대생들의 학과간 파벌싸움의 장이 되게 되는 것도 결국 이런 이유다.(비명문대, 혹은 대졸이 아닌 과학기술인은 이러한 파벌싸움에도 끼지 못한다)

교육은... 이공계 문제의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인력공급의 수도꼭지가 마르지 않게 하는 것만 신경쓰게 되면 결국 어떤 물이 나오고 그걸 마신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잊게 될수밖에 없다. 한국의 과학기술인들은 고등학생 제위의 간택만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다. 대학 커트라인이니, 고등학교 계열 구성이니, 대학원 경쟁률이니, 이딴 건 당장 잊어야 한다. 수억의 돈을 투자해 길러낸 과학기술인들을 내팽개치고 중고등학생들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모를 정도로 과학기술인들은 어리석지 않다. 한국 과학기술인들에게 등을 돌리고,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배운 기술을 갖고 더많은 월급을 주는 회사를 찾아 떠나갈 외국 인력들에게만 러브콜을 보내면서 이공계를 기피하는 학생들을 원망하면 안된다. 과학기술의 풍토와 처우의 척박함은, 이공계 위기의 원인이 아니다. 위기, 바로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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