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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 (5)


(5)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미래

신자유주의 스스로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파괴력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 우리들이 괴로운 만큼 자본 측도 엄청난 괴로움을 겪고 있다 -


이제 이 연재글의 마지막편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미래'를 논할 때가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미래는 곧 한국 노동계급 대중운동의 미래이다. 비정규직 노조운동에서 희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노동계급 대중운동에 미래가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다.

관료주의와 노사협조주의에 찌든 민주노조운동을 비판하고 아래로부터 혁신해 나가는 일, 그리고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대안을 세워나가는 일, 이 모든 작업이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어깨에 걸려 있다.

바로 앞 글에서 우리는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어려움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처해있는 그 어려움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향후 노동계급 대중운동의 패자(覇者)가 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바 있다. 먼저 그렇게 말한 이유부터 밝혀보도록 하겠다.


특수고용 노동자들 - 신자유주의 스스로 그들의 노동자성을 부인함으로써 글자 그대로의 '파업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정권과 자본은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는 신자유주의적 논리를 펴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보장된 합법적 권리들을 부인했으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화물연대의 투쟁은 - 그들의 논리상 노동자가 아니기에 애초부터 이들의 투쟁은 파업이라 이름붙일 수 없었다 - 불법'파업'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의 파업투쟁을 가로막기 위해 저들은 스스로의 논리와 법리마저 부정한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해야만 했다.

물론 '유사근로자'란 개념을 법제화함으로써 화물연대가 누렸던 - 노동자도 아닌 것이 자영업자도 아닌 것이 - 애매한 지위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 사건은 우리에게 분명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자영업자로 둔갑시키려는 정권과 자본의 의도에 맞서 규모있는 대중투쟁을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불법파업이나 업무방해와 같은 논란을 벗어던지고 글자 그대로의 '파업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노동계급 - 신자유주의 스스로 노동계급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노동계급의 개념을 엄청나게 확장시키고 있다. 기존 슈퍼마켓 점원이나 짜장면 배달부같이 조직되기 힘든 분야라고 여겨졌던 유통과 서어비스 업종에서 대규모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또한 물류와 유통을 담당해온 노동자들이 아니던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유통 산업은 제조업만큼이나 크게 성장하고 또 그만큼 이 산업에서의 투쟁은 제조업에서의 투쟁만큼이나 생산파급효과를 가지게 된다.

미국의 UPS 노동자들이 대중투쟁의 회복에 가장 앞장섰고, 또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첫길을 틔워주었듯이, 한국에서도 KGB 등 수많은 대형 택배회사들의 존재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의 조직화가 가능하다. 까르푸같은 대형할인마틐가 늘어남으로 인해 점원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중적 조직화의 길이 열려있다. 신자유주의는 끝내 그들을 자영업자라고 주장하겠지만, 고용형태와 업무방식 어느 것을 보아도 이들의 노동자성은 확실하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겠지만, 바로 이런 분야에서의 조직화와 노동조합 결성 및 대중투쟁이 이미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IT 산업의 노동자들, 이른바 '벤처산업 노동자들' 또한 자신을 노동계급의 일원으로 자각해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최근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IT산업 노동조합의 존재, 그리고 이전에도 멀티데이타시스템 등 산발적으로 전개되어온 현장투쟁의 경험이 쌓이고 있는 와중이며, 결국 언젠가는 대중적 조직화에 성공하게 될 것이다. IT 산업 또한 신자유주의가 적극적인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성장시켜온 산업이며, 자발적인 것으로 위장되어 있지만 엄청난 노동착취가 진행되고 있는 영역이다.



<정보통신(IT)산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 신자유주의 스스로 게릴라 투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수백여개의 업체로 갈라놓아 규모 있는 조직화를 가로막고 철저한 노무관리를 통해 노동자 투쟁을 가로막고 있지만, 수백여개의 업체로 갈라져있는 현실이 새로운 투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비록 정규직 노조처럼 쟁의찬반투표를 거쳐 전 조합원의 파업투쟁을 벌이는 <정규전>을 할 수는 없지만, 먼저 투쟁력을 갖춘 업체들의 투쟁을 통해 자본 측을 괴롭힐 수 있는 <게릴라 투쟁> - 글자 그대로 비정규전! - 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콘베이어 흐름생산의 특성상 어느 한 분야에서 작업거부가 이루어질 경우 전체 공정이 스톱되는 자동차 업종의 경우, 이 게릴라 투쟁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직접조립라인과 엔진생산공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쪽 파트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서 작업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약 1천여명은 10여개의 업체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서 만일 직접조립라인 파트에 비정규직노조의 조직력이 취약하고 엔진생산공장의 조직력이 강하다면, 비정규직노조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엔진생산공장 조합원들만의 파업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만일 엔진생산공장의 조직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파업으로도 생산이 중단될 정도의 규모라면, 이 파업은 곧바로 직접조립라인의 파업으로 확산된다. 엔진없는 차량을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좀더 규모가 큰 울산공장의 경우, 수백개의 업체 모든 곳에 비정규직노조가 조직력을 갖추기는 힘들지만, 몇몇 업체에서는 노동자 과반수를 조직하는 등 일정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업체들을 중심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한다면, 오늘은 1공장을 세우고 내일은 2공장을 스톱시키며 모레는 엔진공장을 중단시켜 전 공장 생산중단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만일 이런 투쟁이 전개된다면 자본 측은 엄청난 괴로움을 겪게 된다. 몇 안되는 조직력 갖고 4만여명이 일하는 공장의 생산을 중단시킨다니!!!

원청 자본이 비정규직노조를 인정하지 않다보니 노조는 수백여개의 하청업체를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교섭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쪽은 하청 자본이 아니라 원청 자본이기에 실질적인 요구안 쟁취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원청 쪽에서 OK 사인이 나와야 교섭이 타결될테니 말이다) 그러나 만일 몇몇 또라이 하청자본이 극악한 노동탄압을 자행할 경우, 그 업체에서의 투쟁만으로 노동자들은 원청 자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수 있다. (아산에서의 식칼테러가 곧바로 아산공장 전체 총파업으로 이어지고 끝내 노동조합 결성을 쟁취했으며, 이 명백한 '불법파업'에 대해 자본 측은 형사 고소고발도 손배가압류도 자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하라)

그런데 수백여개의 하청업체가 있다보니 업체 자본가의 성격도 천차만별이고 노동조건과 임금체계도 다양하다. (이것은 사실상 신자유주의가 추구한 노동조건 다변화 전략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언제, 어떤 사안으로, 어느 업체에서 노동자와 자본가 간에 분쟁이 벌어질지 원청 자본으로서는 예측하기 대단히 힘들다. 만일 비정규직노조가 상당한 조직력을 갖추게 된다면, 그 사업장은 1년 내내 분쟁이 끊이지 않는 - 자본 측으로는 대단히 괴로운 -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자본 스스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해왔고, 또 비정규직노조의 교섭 요구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부해왔던 자신 스스로 제공한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원청 자본이 비정규직노조와 직접 교섭함으로써 1년에 단 한번 임단협을 치르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수백여개의 업체로 나뉘어 존재한다는 현실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사업장은 항상적인 분쟁의 가능성을 안게 된다. 차라리 수백여개의 업체로 나누어 노무관리를 하는 방식보다 이들을 정규직화시킴으로써 속시끄러운 분쟁을 해결하고 노무관리비용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게 무슨 망상이냐고? 그렇지 않다. 87년 미조직 노동자들의 대중파업 당시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고, 현대자동차는 외주하청을 주던 시트하청업체를 인수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노동자들이 노예의 근성을 버리고 권리의식을 성장시켜 투쟁에 나설 경우, 수백여개의 하청업체로 나뉘어있는 현실이 자본 측에게는 엄청난 위협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노동자들이 노예였을 때에는 이 방식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었겠지만 ... 그리고 한가지 더! 정규직화는 무슨 혁명적 조치가 아니고 계급 간의 전투 속에서 타협적, 개량적 조치로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현자비정규직노조와 아산사내하청지회가 선전전을 공동으로 전개하는 모습>


신경영전략 - 계급적 자각으로 인해 오히려 대중투쟁의 파괴력을 높여준다

신자유주의는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린 생산방식을 고안해내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적기생산방식(Just In Time, JIT)을 도입했으나, 이 또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이 성장하고 투쟁을 전개할 경우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는 점이 입증되어 있다. 적기생산방식의 특성상 전 물량 주문생산방식을 채택하게 되는데, 만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작업이 중단될 경우 고객에게 적기에 물량을 납품할 수 없게 된다. 왜? 적기생산방식으로 인해 재고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JIT 방식은 그러므로 일본의 경우처럼 대단히 노사협조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노동조합의 존재를 필수조건으로 한다. 만일 노동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노예의 사슬을 끊는 투쟁에 나설 경우, JIT 생산방식은 오히려 자본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괴물로 변하고 만다.


지금까지 한번도 상대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대중들

이 모든 사례는 신자유주의가 적극적으로 추구해온 신경영전략이나 신노무관리전략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즉, 신자유주의 스스로 만들어온 생산방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자각과 투쟁으로 인해 파괴력을 더해간다는 것이다. 150여년 전 어느 실천철학자가 자본주의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게 할 프롤레타리아트를 낳았다고 얘기한 것처럼, 신자유주의 스스로 자신을 무덤으로 보내줄 '새로운' 대중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대중들이란 말은 매우 중요하다. 권리의식을 갖고 투쟁을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정권과 자본이 한번도 '상대해본 경험이 없는' 대중들이다. 즉, 정규직노조의 경우 십수년 간 상대를 해오면서 웬만한 활동가들의 약점 한두개씩은 노무관리팀이 쥐고 있다. 그리고 십수년 간의 경험을 통해,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규직노조나 활동가들이 취하게 될 태도나 반응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대중들은, 자본 입장에서 보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이다. 충격을 주면 어떤 반응을 할지 '예측불가능한' 대중들이다. 그래서 자본 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진 잠재력을 때로는 과대평가하고 때로는 과소평가하며 적절한 대응전략을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다수가 젊고 활동적인 층이어서 이들이 보여주는 역동성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신생노조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신선함, 때묻지 않은 건강함을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통째로 갖고 있는 것이다. 국민파도, 중앙파도, 현장파도 존재하지 않으며, 완전히 '새로운' 대중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롭고 역동적인 운동이기에 또한 강한 전염성을 갖고 있다. 아산 식칼테러에 맞선 총파업과 사내하청지회 건설이 곧바로 울산 현대자동차 비투위 건설로 이어졌고, 그것은 다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조합 건설로 이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중 사내하청노조라는 결실을 이루었다. 금속산업에 집중되어 있던 비정규직노조 조직화의 사례가 얼마 전에는 '금호타이어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출범으로 화섬업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실천단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계급적 연대와 사회운동적 마인드를 도입할 수 있는 토대

노동계급의 구성원 중 가장 착취받고 억압받는 존재인 비정규직 노동자. 그래서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거의 본능적이기까지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열사투쟁 시기에 보여준 헌신적인 연대투쟁, 그리고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서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에서 보여지듯이,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적 연대를 직접 몸으로 실현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비정규직 자신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허약하다.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전체 노동계급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며, 그런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토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왜냐구? 그들이 오늘날 노동계급의 보편적 존재형태이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국 국민 5명 중 1명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말이 돌 정도로, 그들의 요구는 전체 노동계급의 요구를 담고 있다.

여기에 아직 잠재적으로만 존재하지만, 비정규직 노조운동에 사회운동적 마인드를 도입하는 것이 일정하게 가능하다. '새로운' 대중들인만큼 '새로운' 노조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반전투쟁과 같은 영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장 앞 촛불시위같은 새로운 대중운동을 만들어내고 그를 통해 다양한 대중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욕구의 분출과 다양한 수준의 조직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70%가 여성이라는 사실, 그리고 비정규직 노조운동에서 여성들이 보여주는 극도의 헌신성과 비타협적 투쟁정신은 비정규직 노조운동을 이끌고 나가는 핵심적인 동력 중 하나이다. 아직 성 문제와 관련한 대중적 교육이나 여성 억압의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투쟁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 영역으로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의제를 확장시켜나갈 토대는 존재한다.

사회진보연대가 번역한 킴 무디의 '신자유주의와 세계의 노동자'라는 책에서 그는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를 역설하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형태의 노조운동을 실현시킬 방도와 방책은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는 그러한 노조운동을 우리가 발딛고 있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구현할 방도와 방책을 찾아야 하며, 나는 오늘 비정규직 노조운동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노동계급운동의 '빛과 소금'으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 두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둔다. 그래야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밝게 비출 수 있지 않겠느냐?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복음 5장 13-16)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한국 노동계급운동의 '소금'이었다. 캐리어사내하청과 한통계약직 투쟁 등 무수히 많은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에 중요한 문제제기를 해왔다. 더이상 조직노동자만을 위한 운동은 살아남을 수 없으며,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이상 노동계급운동에 희망은 없다는 사실을 역설해왔다. 기존 운동세력의 뼈아픈 반성과 뼈저린 각성을 촉구해왔다.

이제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한국 노동계급운동의 '빛'이 되어야 한다. 비판과 지탄에 머무르지 말고 관료주의로 썩어빠진 기존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혁신을 주도하고 '새로운 대중운동의 지도부'로 커나가야 한다. 단-문-심으로 대표되던 기존 민주노조운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으나 우리는 이점 하나만은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어쨌건 지난 10년간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부 역할을 해왔으며 자신의 이데올로기로 대중운동을 조직하고 움직여 왔다는 사실이다.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그 이데올로기로 대중운동을 무장시키고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아직은 비정규직 노조운동에 이러한 능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기존 지도부의 무능과 타협주의를 비판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그 무능과 타협주의에도 불구하고 그 지도부의 멱살을 잡고 투쟁의 전장으로 끌고나가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논리로, 그들의 '핑계'가 아니라 우리들의 '방법'으로! (싸우려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회피하려 하는 자는 '구실'을 찾는 법!!)


비정규직 운동은 <희망>을 간직한 운동이다. 현자 아산과 울산 비정규직 노동조합, 현중 사내하청노조가 아직 대중적 조직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역으로 말해 앞으로 조직할 노동자들이 천지빼깔로 널려있다는 사실을 말해줄 뿐이다. 지금 조직력이 약하니깐 곧 망하겠지~ 이게 아니라, 자 이제 몇 달 해서 이정도 모았으나 이제 내년 말까지 하면 어마어마하게 모이겠군~ 이게 <희망>을 낳는 운동이다.

우리에겐 아직 조직할 7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지 않는가!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정년퇴직자들과 자연퇴직자들로 인해 오히려 조합원의 감소를 겪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대중적 토대를 갖고 있다. 이것이 <희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무궁무진한 토대라는 것이 1,300만 노동자 중 700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아니 1,100만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라고 한다면, 지금 불씨에 불과한 비정규직 운동은 언젠가는 - 비록 그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 언젠가는 반드시 보편적 운동으로 커나가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이 될 것이다!"

"한국 노동계급운동의 '빛'으로 거듭나라, 비정규직 노조운동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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