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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 (4)


(4)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처한 어려움


이제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미래를 얘기할 차례가 되었다. 우선 - 엉뚱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어째서 그토록 힘겨운 운동인가 하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의 대중운동이 향후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대중운동으로 성장하리라는 전망은, 다름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대중운동의 조건이 너무나도 힘겹고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들이 만일 그토록 어렵고 힘든 조건을 뚫고 대중투쟁을 성사시켜낸다면, 그들은 반드시 향후 한국 노동계급 대중운동의 패자(覇者)가 되고 말 것이다. (승리자의 지위는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처한 어려움>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10월26일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 모인 노동자들>



<1> 노동자로서의 존재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투쟁을 비롯,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가장 어려운 현실은, 바로 <노동자성 인정>조차 가로막히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화물연대 투쟁 당시에 벌어진 논쟁에 대해서 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노동자냐 자영업자냐' 하는 수많은 논란들을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물론 노동자로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한때 화물연대의 파업투쟁에 노동법상 불법'파업'의 멍에를 씌우지 못하는 빈 구멍이 잠깐 발견되기도 했으나, 자본과 정권은 곧바로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으로 그 구멍을 메우려 하고 있다. (즉, 노동자는 아니되 '유사근로자'로 인정함으로써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지만, 유독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만은 때려막겠다는 정말정말 치졸한 탄압행위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성 인정>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헌법과 노동법이 인정하는 노동3권을 인정받기 위해서이다. 쉽게 말해 현장에서 당하는 억압과 탄압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신들만의 조직, 즉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싸울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시대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대체 <정규전> 비슷한 것이라도 벌이기 위해서는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문턱을 넘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 건설과 단체협약을 쟁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 예를 들면 재능교사노조나 레미콘노조 등은 그 문턱을 넘는데에만 수십명이 구속되고 해고되었으며 수억원의 손배가압류라는 탄압을 이겨내야 했다.


<2> 상대방인 사용자들의 존재 또한 문제가 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조업 대공장에 존재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노동자로서의 존재를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운 코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엔 좀 경우가 반대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즉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는 <노동자성 인정>이 아니라 <사용자성 인정>이 문제가 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형식상 사내협력업체(하청업체) 소속으로 되어있으나, 사실상 원청 자본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법부와 검찰, 노동부는 하청업체 자본과의 노사관계에서는 노동조합의 합법성과 하청 자본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만, 원청 자본의 사용자성만은 결단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이 지난 7월8일 출범하자마자, 울산 북구청에 설립신고를 내고 설립필증이 나오기도 전에, 자본가단체인 한국 경총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현자비정규직노조의 설립필증을 발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을 했다. 아니, 노조를 설립하고 합법적으로 설립신고를 낸 걸음마 수준의 노동조합에 경총까지 나서서 반대를 하다니, 왜일까?

그것은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이라는 명칭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현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내협력업체의 정규직 노동자들>이지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일 이 명칭이 그대로 통용될 경우, 현대자동차 원청 자본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기를 쓰고 반대했던 것이다.

물론 명칭이 그렇다고 해서 원청 자본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노동부와 사법부는 현자비정규직노조에 대한 현대자동차 원청자본 측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만큼은 현대자동차 측의 손해가 있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있다. 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실인가? 권리는 하나도 없는데 책임은 만빵으로 져야 한다니?


<3> 같은 우군인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어찌보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가 노동계급 대중운동에게 부과해놓은 어마어마한 짐이다.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문제의 심각성이 덜하지만,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같은 사업장(현장)에서 똑같이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대두된다.

캐리어사내하청과 한통계약직 투쟁을 기억한다면, 당시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파괴하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직접고용 및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자본 측은 자신이 직접 노조탄압에 나설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심리를 부추기며 정규직 노조를 활용하여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나서기도 한다.

오죽하면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한 영상물의 제목에 <이중의 敵>이라는 제목을 달아놓았겠는가! (그러나 이는, 분명히 과도한 표현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의 어마어마한 공세와 계급적 노동운동의 약화가 결합되어 종종 둘 사이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정규직과의 관계에서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두가지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그 하나는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와 지원을 너무나도 중요시한 나머지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경우이다. 이를테면 현자비정규직 독자노조 설립 당시 "독자노조에 정규직 활동가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으니 독자노조 설립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존재하기도 했는데, 이는 <비정규직 문제의 최우선 해결주체는 다름아닌 비정규직 스스로!>라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정규직 운동이 보여주는 관료주의와 노사협조주의, 그리고 비정규직 운동에 심지어 적의까지 보이는 현실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정규직과의 연대를 폄하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자신의 활로를 개척하는 한편으로, 지금 관료주의와 협조주의라는 심각한 병에 걸린 정규직 운동을 함께 혁신해야만 한다.

같은 공장에서 똑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바로 옆 콘베아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서를 고려해야만 한다. 아니, 좀 정식화해서 표현하자면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정규직 운동과 호흡할 줄 알아야 한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단결과 투쟁이며, 자본이 갈라놓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장벽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과제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를 죽이기 위해 달라드는 원청과 하청 자본의 공세를 이겨내는 것과 함께, 관료주의의 늪에 깊이 빠져있는 - 어쩔 때는 자본과 한몸이 되어 비정규직 노조운동 파괴에 나서기까지 하는 - 정규직 운동과 호흡하고 그 운동을 혁신하는 일까지! 그러나 이러한 일들을 수행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실패가 예정된 운동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운동인가?




<지난 9월19일 현자비정규직노조 안기호 위원장 징계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징계위원회 저지투쟁을 벌이는 장면 -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으로 안기호 위원장에 대한 징계해고를 저지하고 정직 3개월로 낮추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진 중 붉은 조끼는 정규직 활동가들, 푸른 조끼는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



<4> 대중적 규모를 형성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보험모집인이 수십만에 이른다고 하나 그들을 대규모로 조직하는 작업을 상상해보라. 일정한 규모를 갖추는 일이 대단히 어려우리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20만에 달하는 화물운송 노동자들 중 1만명을 조직하는 끈질긴 작업이 약 7~8년 가량 진행된 연후에야 화물연대는 세상에 그 탄생을 신고했다. 화물연대가 2만에 가까운 대중동력을 형성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업적이다.

(화물연대가 갑작스레 조직화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100명에 달하는 의식적 활동가들이 수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조직이 결성된 것이다. 벼락치기 조직화처럼 보였던 것은, 이 조직이 탄생을 신고하자마자 전국적 총파업에 나섰다는 사실이며, 그 총파업이 대한민국의 물류를 거의 정지시켜버리기까지 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투쟁이 가능했던 것조차 수년간에 걸친 끈질긴 조직화와 다양한 교육 및 현장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능교사노조와 레미콘노조 또한 일정한 대중투쟁 규모를 갖춘 몇 안되는 비정규직노조들인데, 학습지교사와 레미콘 노동자 전체를 상정해 보았을 때 이들이 조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전체 조직대상의 1%에 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화물연대와 재능교사노조, 레미콘노조 정도를 제외하면 일정한 대중적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비정규직노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한 사업장에 수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어서 조직화가 용이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자본가들은 수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조직화에 나설 것을 차단하기 위해 수백여개의 하청업체로 분할해 놓았기 때문이다.

아래 인용문은 현자비정규직노조 자유게시판에 있는 글을 퍼온 것인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대자동차의 1만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수백여개의 협력업체에 분할되어 자본의 개별 노무관리에 꼼짝없이 당해왔다.


어느 협력업체의 인력구성






















반장 2명
조장 4명
아줌마 20명
아르바이트 3명
50대 이상 2명
20,30,40대 22명
총계 53명

여기서 주,야로 인원을 나누어 버리면 현장에서 목소리 높일수 있는 인원은 10명정도인데, 이 인원중에서 불만많고, 조합에 관심있는 사람은 조,반장이 특별관리해버리면 현장 잡는데는 식은죽 먹기겠죠.
이러니 협력업체 자체에서 조직을 만든다는것은 계란으로 바위깨기가 아닐까요?
현자노조와 같은 외부의 힘큰세력이 도와줘야 노예와 같은 하청노동자들이 해방할건데, 그날이 언제일런지...


자,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것인지를 살펴보았다. 게다가 위에 열거한 것 중에는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장애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 즉 해고가 용이하고 고용형태가 대단히 유연하며 위장폐업이나 집단 정리해고를 막아낼 법적 제도적 장치조차 부재하다는 점은 끼워넣지도 않았다. 즉,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 외의 것만 나열한 정도이다.

비정규직 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체들은 위의 어려움들을 많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럼 그들은 이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어떤 이들은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에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이들은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장애물이 너무 많아 조직된 단위, 즉 정규직 노조운동의 연대와 지원이 없으면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맥빠지는 소리일지 모르나, 사실은 둘 다 옳다. 아니, 각각이 나름의 진실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위 두가지 진리의 <사이>를 걸어갈 때에만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할 경우 또다른 실패가 예정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이 양대 편향을 거듭 경험하면서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해서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비정규직 노조운동이 처해있는 숱한 어려움과 장애물들, 바로 이것들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커다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역설이다.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어려움과 장애물들 때문에, 그 어려움과 장애물을 뚫고 나가는 운동은 가장 강력한 운동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다른 이유가 한가지 더 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계급 대중운동의 여러 조건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양산 정책을 펴왔지만, 바로 그 정책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운동은 = 지금 현재는 잠재적으로 - 신자유주의를 뒤집어엎을 가공할 파괴력을 보유하게 된다. 왜 그러한가?

이 연재글 "주목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의 마지막 편에 해당할 <(5)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미래>에서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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