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금융 기업에서의 웹개발 관련 하청 들어갔습니다.
작년 5월에 5개월 개발 계약으로 들어갔는데, 아직도 못 끝났습니다.
일단 기획부터 전산팀이 아닌 일반 재경팀에서 기획했고,
저희가 요구사항 정의서를 작성하고, 기능정의까지 넘겼을 때 컨펌 받은 후
화면설계서, db설계서 까지 모두 작업했고, 물론 컨펌 받고 넘어갔습니다.
워터폴 방식이구요.
디자인 끝나고 개발 들어가면서 부터 그제서야 해당 업체 전산팀에서 db 테이블을 다시 보내주고
그쪽 연수기간 겹치면 기다리고 이러다 1개월 정도 지체가 됐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사간에 그만큼 개발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면서 단위테스트가 들어가서 다 완료된 상태가 아닌데도
개발 기간이 넘어가 촉박하다, 윗선에서 자꾸 독촉한다면서
기획팀에서 직접 기능테스까지 진행하면서 수시로 설계 변경 요청 해오고, 기능을 추가 요청 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화면설계까지 진행됐을 떄는 미처 자기들이 발견하지 못한 '더 있어야 하는 기능', '애초부터 있었어야 하는 기능'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추가로 더 요청 하는 것이었습니다.
5월에 시작해서 11월에 테스트 들어가면서 부터 계속 여러번 그런식으로 설계 변경 요구 --> 업체 전산팀에서 업체 db쪽 설계 변경 --> 저희측에서 변경된 로직에 따라 설계 변경(웹 개발 부분) --> 기능 추가 --> 테스트 --> 버그 오류 --> 수정요청 --> 수정 --> 또 다른 기능 추가...
계속 이런식으로 악순환이 되다가 저희측 백엔드 개발자는 혼이 나간 상태이구요.
저희는 잔금도 받지 못한채, '조금만 더, 이것만 더'라고 요구하는 것에 맞추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에이젼시 대표라, 제가 중간중간에 기능 추가 되는 것들 추가 비용 청구해야 한다고 했는데 개발자도 이렇게 업무량이 확대될지 모르고 조금씩 재량껏 해준다고 하다가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이 코드가 난장판이 됐습니다.
개발자도 너무 힘들어하면서도 업체의 다른 팀에서도 계약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왕이면 끝까지 마무리하려고 끝까지 되도록이면 '해준다'는 입장으로 팔로우업 해왔습니다.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다가 오류가 나면 밤샘작업하고..그러다 보면 낮에 연락이 안되겠죠?
개발자가 재택으로 계속 매달리면서 하게 되니까..낮에는 바로바로 연락이 힘든것은 당연하구요.
업체에서는 이 부분을 제일 답답해 하는거예요. 왜냐하면 자기들이 원하는 사항을 전화로 요구해야 하니까요.
요구사항을 텍스트로 보내달라고 해도 '우리 사정이 급하다', '빨리 런칭 해야 한다' 닥달하면서 계속 개발자에게 전화를 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개발자가 수정 완료를 약속한 날에 연락이 안됐던 것입니다.
자기네도 수정된 것을 와르로 받아서 전산팀에서 올려줘야 하고 전산팀에서는 기다리는데 저희측에서 파일을 보내지 않아 아무것도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대표인 제게 장문의 항의 글을 보내오더군요.
저도 개발자 상황 너무 잘 알고 있고 가뜩이나 운영하는 입장에서 잔금도 못 받은채 우리 인력을 거의 혹사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아주 당당하게 자기네와 커뮤니케이션에 미스가 발생하니 제게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입니다.
개발자와 얘기해보니 너무 지쳐 있죠. 그 간 힘들었던 부분, 제게는 본인이 조금만 해주면 된다고 했던 것들이 이렇게 늘어질지 몰랐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해왔는데 개발자도 항의 메일을 보니(개발자도 볼 수 있게 보냈더라구요) 빡치죠.
그래서 저도 장문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여지껏 니네 편의 봐주고, 중간에 계약변경을 하거나 추가비용 청구할 것도 안하고 좋게 마무리하려고 우리 개발자가 다 짊어지고 간건데, 지금 연락이 안된다고 와르 파일 못받았다고 짜증내니??..니네가 수시로 설계변경하고 기능추가하고 우리 개발자가 밤낮으로 일하다 쓰러져서 그렇다. 사실 개발이 지연되는 것도 일이 이따위가 되는 것도 니네한테 귀책사유가 있다.
이제 내가 대책을 강구해야 하기 보다, 계약 검토 및 업무 범위를 다시 정의해야겠다.
골라라..
1안은 지금까지 하던 것의 오류까지만 수정하고 더 이상 설계 변경이나 추가 기능 없이 프로젝트를 마치는 것.
2안은 애초에 니네들이 컨펌냈던 설계서 기반으로 롤백하고 추가된 기능들은 다 빼고 마치는 것.
당연히 업체에서는 1안을 하겠다고 하죠,
그러면서 의사 소통 방법, 즉 자기네가 전화하면 전화를 받고 연락을 제때 받으라고 합니다.
사실 에이젼시 대표 입장에서, 업체와 원활한 소통 중요하죠. 그런데도 좀 열이 받네요.ㅜㅜ
이제는 제가 답장을 해야 하는데..솔직히 몹시 불쾌합니다.
사실 코드도 누더기가 돼서, 유지보수를 저희가 해도 이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모를 정도로.. 수주 업체에서는 손도 못 댈 것 같구요.
엄밀히 말하면 여기서 그만둬도 저희가 아쉬울게 없습니다.
계약서는 저희측 계약서로 체결하면서 '지체보상금'에 예외되는 사항에 지금 상황이 포함되구요.
오히려 계약서대로 따지고 들면 저희는 추가 작업 범위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업체에게 니네가 1안을 선택한다면..좋다. 대신, 잔금을 지급하고 오류 수정하는 것을 '무상 하자보수'로 진행하자.
물론 무상하자보수기 때문에 변경이나 기능추가는 비용청구한다.
만약 니네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윗선에서 검수가 끝나지 않았는데 줄 수 없다 한다면)
그 동안 변경된 내용들, 추가 작업 명세서를 작성해서 비용청구하겠다..
--> 이렇게 답장 하려고 합니다.
아마 그 쪽에서는 연락 커뮤니케이션의 오류에 대해 항의하려고 했다가 갑자기 저희가 태도가 변한거 같아 당황스럽겠지만, 사실 그 메일이 저희 분노 버튼을 누르게 된거죠.
많이 참아왔고, 많이 봐줘왔고.
중간에 다른 업체 변경할 수도 없을거예요. 워낙 많이 건드러놔서.
개발자도 이제 업체에 정도 떨어지고..추가내역 명세서 작업하는 것도 개발 일체 멈추고도 1달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해요.
그 동안 업체의 버릇을 잘못 들여놓은 것 같아 자괴감도 들죠.
대기업처럼 고객사가 기능 추가 요청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비용청구하고..
계속 돈달라고 해서 더 이상 추가 요청 못하게 했어야 하는건데.
너무 괴롭습니다.
결국 업체나 저희나 맘 다 상하고..
망해가는 프로젝트 잡는 심정이.
울고 싶네요ㅠㅠ
제 입장에서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저희가 멍청해보여도..영세업체의 부족함과 서러움을 헤아려 주시고
지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