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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판에 모아진 내용들 - 제도로 인한 피해 사례와 이 제도에 대한 의견,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 등은 IT노조가 잘 취합해서 제도 개선, 입법 운동 등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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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JSP 에 올렸던 글을 이곳에도 올립니다.


39살, 19년차 소프트웨어 초급 기술자의 회상 

시골출신이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나름 비전을 생각해서 전산원(전산직업훈련원, 2년제)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학(92년)해서 3년만에 졸업을 했다. 취업/C언어 공부를 하기 위해 중간에 1년간 휴학계를 냈다. 아마도 93년 7월쯤 다니던 게임회사에서 첫 월급을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능력을 인정받아 첫 월급으로 270만원 정도를 현찰로 받았다. 그때는 현찰로 월급을 주었다. 그 후로 월급이 더 올라 400만원 넘게 받았다. 당산에 있던 C언어 학원에서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 학원 선생님과 C언어 책을 같이 집필 했다. 아마도 출간되었으면 국내 최연소 컴퓨터 책을 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전공 언어는 어셈블리와 C 였다. 매일 밤새면서 프로그램을 하던… 컴퓨터에 미쳐살던 시기였다. 

예전엔 면접볼 때 “게임만들었습니다.” 하면 더이상 말이 필요 없었는데… 여기에서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테크니컬적인 얘긴 하지 않겠다. 그땐 286 시절이었고 메인 메모리도 1메가~4메가, 하드디스크도 10메가, MS-DOS 를 쓰던 시절이다. 대기업에서도 스카웃제의를 몇번 받았다. 

전산원을 졸업할 때쯤 기사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시험보는 전일에도 일하느라 까먹고 있다가 당일날 아침에 기억이나 시골에서 한시간에 한대 뿐이 없는 기차를 놓쳐서 택시타고 서울로 시험을 치러 올라왔는데 15분 정도 늦어서 입실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을 보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19년만에 기사시험을 치러 갔는데 딱 15분 늦은 여자가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않던데… 훔.) 그게 지금 생각하면 제일 큰 후회가 된다. 그렇지만 그후로 취업할 때 자격증을 요구하는 업체도 없었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해 따지 않았다. 

수료할 때쯤 전산원 비리가 터져 전산원이 없어지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 당시 전산원들 비리들이 많이 터져 9시 뉴스에 많이 나왔다. 웃긴건 나라에서 만들어 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 노동부에도 2000년도 이전에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그 일로 인해 아직까지도 고생이 많다. 
95년도에 군에 입대해서 97년 9월말에 제대를 했는데, 상병 말호봉 때까지만 해도 연락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연락이 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11월쯤에 IMF가 터졌다. 그후로 1년간 취업이 되지 않아 시골 집 근처에서 컴퓨터 알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다가 1999년 제대 후 첫 직장에(결혼정보회사) 입사를 하게 되었다. 82만원쯤 첫 월급을 받았다. 군에 있을 때 윈도우95가 나와 새로운 OS 환경에 적응하던 시기였고 인터넷도 나온지가 얼마 안되었고 더군다가 IMF 후이기도 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했기에 월급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시기에 여자친구를 만나 결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게 되었다. 쿠폰을 인터넷에서 파는 사업이었는데, 당시에는 인터넷 결재 모듈이 없어 일일이 전화로 주문을 받아야 했는데. 불편함이 크고 홍보에 문제가 있어 잘되지 않아서 접었다. 당연히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그리고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도에 새로운 직장에 입사하여 IT 부흥시절을 보내게 됐다. 벤처 열풍이 불어 닥쳤고 IT 시장의 파이도 커졌다. 덕분에 개발자들은 매일 밤을 새고 사우나에 가서 자고 10시쯤 출근해서… 또 같은 일들의 반복… 어쩌다가 외근을 나가게 되면 군에 있을 때 외출나가던 느낌이 든다. 거품이 꺼지면서 회사도 힘들어 지고… 월급도 나오지 않고… 

같이 회사를 다니던 직원들과 뜻이 맞아 다시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그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준비기간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 그 중에 제일 중요한게 자금 었는데 (아마도 사업을 해보신 분들은 공감이 가리라 생각된다.) 다행히 대기업에 다니시다 사업을 하시던 분이 투자를 해주신다고 해서 2003년 중반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 초반엔 방통대에도 다니게 됐다. 

아바타 사업이었는데 그때 비슷한 업종으로는 싸.이.월.드.가 있었다 (sk에서 인수하기 전).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것은 싸.이.월.드처럼 어떤 틀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컴퓨터 자체가 집인… 아바타가 친구 컴퓨터로 놀러가기도 한다… ㅎ… 그 집들이 모여 싸.이버월드가 되고 거기서 수익사업을 하자는 취지의 사업이었다. 중간에 투자자의 투자금이 끊겨 개인 자금으로 버티다가 다시 6개월만에 접게 되었다. 

그후에 다시 외국에 본사가 있는 해운정보처리 회사에 입사하여 선박 통신시스템, ERP 등 전사자원시스템 고도화를 하게 되었다. 비록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 였지만, 회사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다니던… 애착을 많이 쏟아서 그런지 제일 맘에 들던 회사였다. 그렇지만 그 회사도 사람문제가 있어 4년만에 그만두게 되었고,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증권쪽에서도 일을 했었다. 

일반 직장에 있을 당시 소프트웨어기술자등급제라는 IT를 다시 Back시키는 제도가 생기게 됐다. 2008년도 부터 프리랜서를 시작했는데… 시작하자 마자 복병을 만난 셈이 되었다. 너무 웃긴 제도라 소프트웨어협회에 당연히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자격증만 가지고 기준(?)을 삼는… 다른 나라에도 이런제도가 있는지… 왜 언론이나 전문 기관에서는 전문적인 분석을 안 내놓는 지도 이상하고… 
그 기준으로 따지면 현재 초급상태이고 현재 대기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아키일을 하면서 실제로 초급단가를 받고 일을 하고 있다. 
단가를 초급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지, 업체에서의 대우나 업무가 초급이란것은 아니다. 
일반 직장다니고 있었으면 이런 글을 아마 올리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여태 사회에서 자격증/학력 차별은 한번도 당한적이 없었는데, 나라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등급제로 부터 차별을 받는 느낌이다. 

웃기다. 

피나게 나름대로 살아 왔는데 그 세월이 자격증만도 못하단 말인가… 
인정되지 않는 경력은 반으로 쳐준다?… 
39살. 19년 경력… 초급 개발자… 대한민국 현실이다. 

인생 길다. 살다보면 개한테도 물릴 수도 있는거지.. 
컴퓨터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후회를 한번도 하지 않았단건 거짓말 이겠지만... 어처구니 없는 당하지 말아야 겠기에... 앞으론 컴퓨터 공부를 줄이고 스펙 늘리는 방향으로 바꿀 예정이다... 
기술사 시험 준비중에 있으며, 내년에 20년차를 맞아 프레임워크에 관련된 책도 쓸 예정이다. 

IT 종사자 분들 힘내시고... 그래도 대한민국 미래가 밝고 IT는 더더욱 밝습니다... 쫌만 참으시고 화이팅입니다. 

출근준비해야 겠습니다... 


댓글 '6'

MD워시퍼

2013.01.11 08:36:58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문제들을 잘 지적해주었네요

KOSA찬성

2013.01.31 12:23:04

소설냄새가 진하게 나는데 19년차인데 어떻게 초급이죠?

전산원이면 전문대 인정 + 19년경력이면 KOSA에서 특급등급이 인정 될텐데...

기존회사 4대보험가입내역이나 미가입자는 업체가발행한 증명서, 폐업한 경우도 인정되는 서류가 여러가지 존재하는데요?

KOSA는 자격증 기준과 학력 기준 중에서 개발자에게 유리한 것을 인정해주는데요?

이런 허위사실을 가지고 KOSA등급제 폐지 선동한 것 인가요?

 

goldhammer

2013.03.26 13:27:25

잘 읽어 보세요..

무명

2013.03.04 17:06:32

막막합니다

기술사 응시자격은 어찌 마련하실지..

그래도 희망적이시니.. 파이팅하세요!

거목

2013.10.23 09:28:47

ㅜㅜ 힘드셨겠지만 조금 이라도 짬을 내서 다시 시험 보시지 .....  외국은 엔지니어링 제도 더 빡셈니다

함부로 엔지니어라고 할 수 없는....

오형사

2015.08.28 09:39:52

프리의 비애... 프리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닌듯... 경력관리 좀 된 이후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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