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SW발전방안, 현실성있나?

by IT가다 posted Nov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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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 http://www.ddaily.co.kr/news/news_view.php?uid=43551

[취재수첩]SW발전방안, 현실성있나?

정부가 30일 ‘SW산업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IT업계는 이번 정부 발표를 앞두고 혹여 침체된 IT시장에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치못한 ‘졸작’이 나와버렸다는 업계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현재 국내 IT서비스시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날 가장 논란이 된 부문은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들에게 40억원 미만의 공공부문 IT사업을 인위적으로 제한시키겠다는 내용.

여러 중소 IT업체들에게 시장참여 기회를 확대시킴으로써 IT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궁극적으로 2013년까지 1만500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욕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발상이다.

‘인디언 보호구역’처럼 40억원 미만의 공공SI시장이라는 울타리를 쳐놓기만하면 과연 그곳에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중소IT업체들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가정을 해보자.

먼 저 인위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일시적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조성될 것이다. 중소 IT업체들은 40억원 미만의 공공IT사업을 타깃으로 한 전략을 세우게 될 것이고 사업기회도 이전보다는 더 많이 포착될 것이며 IT인력 채용도 더 늘어날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력을 앞세운 ‘강자’(대기업)들이 없는 시장에 고만 고만한 규모의 IT업체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 뻔하고, 그 다음 다시 저가경쟁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사업자인 SI사업자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SW업체들 역시 지금처럼 SI사업자가 요구하는 ‘고통분담’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단가를 맞추기 위해 업체들은 저임금의 비정규직 또는 프리랜서 중심의 IT인력을 활용할 것이고, 이는 결국 프로젝트의 완성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으론 IT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액 8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이상한 모양새의 ‘피터팬 신드롬’도 생길 수 있다.

만약 8000억원이라는 매출액 기준을 넘어버리면 그때부턴 훨씬 큰 체급의 강자들과 직접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업체들이 과연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너무 최악의 시나리오만 열거했나?

정부가 고심해서 내놓은 정책을 폄훼할 뜻은 전혀 없다. 이는 지금 우리 나라 IT서비스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나열한 것 뿐이다.

정부가 시장을 인위적으로 나눌수는 있겠지만‘시장의 생존원리’까지 바꿀수는 없다.. 퀵서비스시장이나 자동차시장이나 규모만 다를뿐 ‘레드 오션’에서는 똑같은 고통이 생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번 ‘SW 산업발전방안’에서 IT서비스업계, SW업계가 가장 필요로하는 것을 전혀 담지 못했다.

그 핵심은 ‘IT서비스시장의 투명성’이다. 이것에 대한 정책적 지원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정 부는 오히려 ‘ISP사업자가 저가 수주한 뒤 본사업에 입찰하는 병폐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에서 ISP사업과 본사업도 앞으로 분리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나 정작 여기서의 핵심은 이러한 ‘저가 수주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공공 IT사업 프로젝트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 즉 SW개발 단가의 보장과 수발주및 입찰과정에서의 투명성, 누구나 평가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심사 체계의 확립 등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것을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시장이 투명한 원칙을 유지해주기만 한다면 시장의 주체들은 거기에 맞게 최적화한다는 믿음을 정부는 가져야 한다.

수 익성이 떨어지면 프로젝트 규모를 불문하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든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제값주기’가 정착된다면 SW업체들도 원가에도 못미치는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고통분담에서 해방될 것이고 더 생산적인 곳에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주처도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분리발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SW발전방안’이 시행되기에 앞서 아무쪼록 IT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세심한 내용으로 다듬어졌으면 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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