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프리랜서의 불안정 노동 특징과 개선방향”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by 로자 posted Aug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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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여러분더운 여름 잘 마무리 짓고 계신가요? IT노조 부위원장 정우재입니다.

 

지난 8월 24일 수요일에는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실에서 주최하는 “IT 프리랜서의 불안정 노동 특징과 개선방향: IT 프리랜서, IT 플랫폼 노동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과 이종주 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제도연구팀 연구원께서 각각 IT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의 특수성과 노동실태를 다루는 통계와 개선을 위한 시사점에 대해 발제하여 주셨습니다이외에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카카오지회장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께서 토론자로 참석해주셨고고용노동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토론에 참여하였습니다저 역시도 이날 토론자로 참여하여, IT 노동자 집단 내에서 발견되는 계층화와 파편화그리고 이를 야기하는 노동시장과 산업 속 여러 구조적문화적 요인들에 대해 제언했습니다.

 

IT 프리랜서/플랫폼 노동문제에 관한 논의가 축적됨에 따라이를 다루는 통계들의 질과 전문성 역시도 나아지고 있음이 보였습니다하지만 표준도급계약서라는 틀 너머로 진전되지 못하는 논의의 초점그리고 표준도급계약서의 보급조차 차일피일 지연되게 만드는 관련 부처의 형식적인 대응과 미온적인 태도 역시 우리가 여전히 마주하고 있는 장벽이라 느껴졌습니다. 표준도급계약서 법제화(의무화)와 같은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요구를 두루뭉실하게 회피하는 정부 부처에 대해 협상력을 갖는, 시시각각 변하는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시장의 현황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역량과 전문성을 쌓는, 그리고 파편화된 IT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운동의 전선으로 조직화해내는 것이 우리 IT노조가 내다봐야 할 과제임을 느꼈습니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는 IT노조가 되겠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제 토론문입니다토론회의 자료집 역시 조합원 여러분들께서 자유로이 열람하실 수 있게 노조 홈페이지 자료실에 파일로 첨부합니다. 감사합니다. (IT노조 자료실, 토론회 자료집 링크: http://www.itunion.or.kr/xe/index.php?mid=M2DATA01&document_srl=157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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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플랫폼 프리랜서 불안정 노동의 문제고유한 쟁점은 무엇인가

 

 

 

네카라쿠배라는 환상 아래은폐되는 다층적 계층화

 

 

 

정우재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소위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호명되는요컨대 노동의 불안정성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여 포착되는 사회계급과 이들 고유의 노동 문제가 발굴되고 담론화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그러나 여러 산업부문을 포괄하는 거대담론적 사회계급론과는 다른 층위에서현재 남한 IT산업 내에서 관찰되는 프리랜스 노동의 문제가 이것의 특수성을 조망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발제에서 지적된 특수고용플랫폼노동그리고 독립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개인사업자 등록과 하도급을 통한 업무들과 같이노동계약관계의 기만적 성격으로부터 기인하는 불안정성은 물론 IT-플랫폼 프리랜스 노동의 근본적 성격을 규정짓는 시발점이다하지만 정보산업의 내부에서 볼 수 있는 구조적문화적 특징들은 IT-플랫폼 프리랜스 노동을 불안정노동의 일반론적 형태로 단순하게 환원될 수 없도록 한다. IT-플랫폼 프리랜스 노동의 문제점을 노동계약관계에서 포착되는 노동형태와 노동자 처우에서의 모순점들을 중심으로 지적한 발제에 더해앞서 언급한 IT산업의 구조적문화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토론을 통해 제언하고자 한다.

 

 

1.   계층화된’ 불안정 노동의 계급의식

 

 

  집단으로서의 IT-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일반적인 프레카리아트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이들의 노동이 노동자 집단 내부에서도특히 임금의 측면에서 단일하지 않다는 것이다대중의 보편적인 인식 속 IT 노동자의 상을 과대대표하는 것은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 그리고 배달의민족 어플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등 IT 대기업들)’라는 신조어로 표상되는 대기업 개발자들이다그러나 소수의 SW/SI 개발 직종 이외에 존재하는 IT 산업 내의 다양한 노동들 – 가령 고객 관리그래픽 디자인일러스트를 비롯한 아츠(arts) 등 – 사이의 차이그리고 개발 직종 내에서도 포착되는 여러 직무 구분 – 가령 시니어와 주니어’ 그리고 그 외에 코더라고 호명되며 소위 보도방을 전전하는 단순 코딩 노동자들의 존재 – 사이의 차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IT 산업 내부에서 포착되는 이러한 차이들은 노동시장의 상층부와 하층부를 경계 지으며, ‘경력과 역량이라는 미명 아래에 노동자 처우의 차이와 임금 격차를 야기하고 심지어는 각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립시키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하나의 예시는상층부 개발 인력 사이에서 발견되는자신의 임금을 연봉 협상에서 스스로의 역량과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문화다이는 결과적으로 책정된 형태공개된 형태의 임금 구조를 거부하는즉 조직된 노동자들이 사용자들과 교섭하는 대신 노동자 개인들이 밀실에서의 임금 협상을 통해 개인의 임금 수준을 개선하는 데에만 신경 쓰는 것에 다름 아니다덧붙이자면, SW 개발을 하는 여러 프로젝트들에서는예컨대 주니어 개발자 인력 다수가 작업하여도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시니어 개발자 한 명이 단기간에 해결해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단적으로 말하자면이러한 경우 프로젝트 단위로 기획되는 SW 개발 사업에서 전자의 생산성은 0으로후자의 생산성은 100으로 수렴되는 셈이다프로젝트 단위로 구성되는 노동계약과 임금협상에 그대로 반영되므로이들 전자와 후자의 개별 임금협상 결과들을 모아 놓고 보면 산술급수적이거나 기하급수적인 범위를 벗어나고 고급 개발자의 임금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전체 시장의 임금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결과의 원인이 되며은폐된 임금 구조는 각각의 프로젝트와 사업장마다 개개의 근로계약 속에서 들쭉날쭉한 임금들쭉날쭉한 노동시간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발제에서도 언급하고 다룬 여러 프리랜스 노동 관련 연구들그리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공표하는 SW 기술자들의 노임 단가 관련 통계를 위시해 남한 IT 개발직 노동시장의 임금 수준을 다루는 자료들의 신뢰성 역시도 이러한 이유로 부정확해진다실제로 이러한 부정확성을 정부가 인정하여 IT 기술 인력 등급표 자체가 사용 중지되고 2018년 이후 갱신되지 않고 있으나등급표는 여전히심지어 공공기관의 입찰 사업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2.   계층화의 요인들

 

 

 

IT-플랫폼 프리랜스 노동 내부에서 관찰되는 파편화의 원인을 진단해보자노동시장의 계층화는 상이한 역량의 인력들이 노동시장으로 유입되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이들이 노동시장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경로숙련도를 갖춘 노동자로서 개발 인력이 양성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아래와 같이 파악할 수 있다.

 

 

a.    IT기업 부트캠프에서 단기간 훈련을 통해 양성된 인력

 

 

 

코딩 부트캠프는 단기간에 집중하여 코딩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기관으로국내에서는 2013년의 네이버를 필두로 여러 대기업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개발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부트캠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현재 삼성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네이버 등이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여기에서는 3개월에서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하루 10시간 이상의 실무 훈련 프로그램으로 개발 인력들이 교육되며 조건을 충족한 수료자들은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기업에 입사한다

 

아무리 교육의 강도가 높더라도 단기간 내에 개발자로 훈련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부트캠프 프로그램 이수자들 중 극소수만이 해당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는 점낙오 시 막대한 교육 비용을 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우아한형제들 부트캠프의 경우 4주 기준 100만원), 일부 기업은 입사자의 교육 비용을 완전히 면제하지 않고 임금에서 공제한다는 점그리고 이러한 부트캠프들의 커리큘럼이 통상적인 취업시장보다는 각 기업의 특수한 업무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수료 이후 해당 기업에 입사하지 못했을 경우 타 IT기업으로의 취업이 쉽지 않다는 점 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하고 있다.

 

또한 네카라쿠배의 인기와 부트캠프 열풍에 기대어 대기업 부트캠프 외에도 ‘대기업에 입사가 가능해진다를 캐치프레이즈 삼아 수강생을 모집하는 사설기관 또한 늘고 있으며사설기관 수료 후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는 더욱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b.   국비 지원 사업 등을 경유하여코딩/SW 학원 등을 통해 양성된 인력

 

 

 

IMF 이후 특히 김대중 정권 때부터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국비지원 IT 인재 양성사업이 계속 이어져 왔다많은 경우 부트캠프와 유사하게 상층부/대기업 개발자들의 높은 임금 수준을 강조하여 개발자 양성 과정을 홍보해 수강생들을 확보하지만실상은 비 SW 전공자를 위한 단기 교육에 그쳐 커리큘럼의 전문성이 떨어지고초급기술자 양성에 사실상 주력해 소위 코더’, 즉 저임금 비전문 프리랜서를 배출하는 사실상의 요람이 되고 있다또한 국비지원의 특성상 학원 수료 후 취업률이 사업의 정량평가 요소로서 중요하기 때문에 학원이 수료생들에게 질 낮은 일자리로의 취업을 강요하는 경우들도 더러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학원 졸업생은 사회초년생 시기부터 소위 명문대 출신의 성골 개발자들과는 전혀 다른 출발선을 가지게 되고노동시장에서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소위 보도방이라고 불리는 SI 하청업체를 전전하며 근속연수에 걸맞지 못한 대우를 받게 된다상대적으로 노동환경이 열악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은 길어지는 추가근로시간을 감당한다설상가상으로 노동시장에서 뒤떨어지는 경쟁력의 원인이 되는 낮은 기술 숙련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기존의 과로에 더해 학원 또는 인터넷강의 등 새로운 학습과 기술 훈련을자비로시간을 들여 수행하는 등 경제 및 건강 관련 문제를 동시에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c.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통해 양성된 인력

 

 

 

처음부터 전문학사 또는 학사 과정을 이수한 경우이나, SW 실무 훈련 커리큘럼들이 대학별로 심각한 질적 차이를 보인다는 문제 및 학벌주의가 야기하는 문제가 있다일부 사립대 및 전문대학의 전공 커리큘럼들은 그 전문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IT 노동시장에서 주변화된 초급기술자기능사 양성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현실적으로 같은 학사라고 해서 같은 수준의 역량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학벌주의적 차별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문제들에 더해 코딩 테스트 및 실무 면접등이 자리잡은 지금 상황에서는 지방 사립대 출신들은 졸업 후 또다시 학원이나 부트캠프로 향해야 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결국 위에서 다룬 국비지원 육성사업에서 발생하는 일이 되풀이되며오히려 대학 교육을 위해 2~4년의 시간을 더 소요한다는 측면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명문대에서 좋은 커리큘럼을 거쳐 졸업한 경우에도 상황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네이버를 위시한 IT 대기업들은 가면 갈수록 공채의 비중을 줄이거나 ‘중고신인을 공채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대졸자는 경력이 없는 상황에서 경력자 및 부트캠프 수료자 등과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또한 이러한 무공채 현상은 ‘학문적으로 토대가 완성된 대졸자를 고용 후 내부 육성한다는 기존의 산업 구조를 완전히 무너뜨린다자본은 숙련 인력들만을 고용하고노동자는 자본의 간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IT 노동시장의 정언명령이다.

 

 

 

2010년대까지는 대학 졸업생은 물론 코딩 부트캠프와 SW 학원 등을 통해 양성된 신규 개발 인력에서도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이는 고졸 및 비 공대 출신 청년들이 그나마 인력 구인이 많은 IT로 쏠리는 것이 이유였다그러나 최근에는 부트캠프나 SW 학원이 배출하는 개발 인력에서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다른 산업 부문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구직자 또는 기존 IT산업에서 종사하던 경력자들이 재취업 또는 ‘네카라쿠배로의 입성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부트캠프엔 IT 경력자가, SW 학원에는 타 산업 부문 출신의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이는 또다른 양극화를 낳는데부트캠프의 경우 교육을 수강하기 위한 자격요건의 수준들부터 (‘고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너무 높고한 편으로는 최소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별도의 수입 없이 교육에 집중할 환경적 여건이 강요된다반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단기 양성학원에서부터 경력을 시작하게 되며이후 고급 인력들과의 격차가 심화되며 IT 노동시장에서 ‘경력 부족으로 탈락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렇게 출발선에서부터’ 포착되는 계층화의 요소들 이외에도, IT-프리랜스 노동자들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여러 요소들이 존재한다그 중 하나는 성별 분업이다가령 발제에서 제시한프로젝트를 수행하는 IT 프리랜서들의 월평균 소득을 파악하는 통계를 들여다보면여성과 남성 사이의 평균소득이 전자는 280만원후자는 538만원으로 이들 사이에는 분명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하지만 이러한 통계를 통해서는 여-남 사이의 임금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계적징후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를 야기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는 진단할 수 없다산업 내 프리랜스 당사자들이 주로 제기하는 문제는위에서도 언급한 IT 산업 내 다양한 종류의 직무와 노동들 사이에 존재하는 질적 차이가 결국 성별 분업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단적인 것은 개발직무와 비개발직무 사이의 경계인데고객 관리그래픽 디자인아츠 등 소위 개발자주의’ 이데올로기의 바깥에 존재하며 잡무로 여겨지는 영역들즉 IT 노동시장에서 주변화된 노동들의 경우 여초화된 반면 고급 개발직들 사이에서는 뚜렷한 남초화를 관찰할 수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IT산업 내부의 성별임금격차와 직무 사이의 임금격차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는 본격적으로 수행된 적이 없다.

 

한편 차이는 세대 간에도 드러난다. IT 노동시장의 구인 규모가 지금보다 협소했던 시절부터 경력을 쌓은 시니어들은 IT 호황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노동자 개인의 임금이 상승하는 상황을 맞아 노동조건에 대한 협상력을 가지고 대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반면시장에서 원하는 인력의 수준과 방향성이 달라진 상황에서 이제 새롭게 배출된 주니어 개발자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3.   IT-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조합운동의 가능성과 과제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하 IT노조) 2004년 정식 설립된 이래 20년 가까이 IT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달려왔지만, IT산업은 여전히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그 저변에 두고 있다. ‘IT 노동자라는 기표는 단일한 의미로 환원될 수 없이 파편화된 여러 노동자 집단들을 가리키고 있고, IT산업의 구조는 고용의 유연성 속에서 작동하는 능력주의라는 환상을 통해 노동자들을 경계 짓고 지배(divide and rule)’해 왔다. ‘개인이 협상력을 갖고 잦은 이직을 통해 임금을 높여갈 수 있으며투쟁과 같은 정신적 소모 없이 마음에 안 맞으면 회사를 자의로 바꿀 수 있다고 여겨지는 지금의 IT 노동시장 구조는, IT산업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개발자들이 고급 인력으로 스스로를 정체화 하게 함과 동시에노동자들이 하나의 사업장에 오래 머무르며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데에 필수적이라 할 정주성과 직업 안정성을 부정적으로 여기도록 한다이는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단결을 느슨하게 하고노동조합을 조직해 노동자 다수가 협상력을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서 첫 번째 과제는 노동자들에게 경쟁적 연봉 쟁취의 구조가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다실제로 네이버에서 판교 IT 대기업의 첫 노조-엄밀히 말하면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대기업 첫 노조는 IT노조의 SK지부-가 설립된 것은IT산업이 단기적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시기였다당시 네이버에는 고연차 개발자들의 퇴사가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문화가 있었는데노동시장이 침체되며 이직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고연차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정주성 및 직업안정성의 확보에 대한 요구가 비등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다른 한 편으로 필요한 것은, IT 노동자들의 처우와 이들이 경험하는 피해 사례들을 기계적으로 병렬하여 파악하던 기존 관련 연구들의 한계를 넘어, IT 산업구조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계층화 하고 갈라 놓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폭로하는 작업이다단순히 상층부 노동자 개인들을 비난하며 분열하는 지점을 넘어, IT 산업구조가 비개발직무나 하급 개발 인력 등의 노동을 어떻게 주변화 하는지앞서 검토했던 계층화의 요인들이 이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우리는 본격적으로 조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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