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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IT노예입니다.

안명휘 기자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알고 지내던 프로그래머가 결혼을 한다는 것. 결혼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반가움 그리고 놀라움이었다. 이 분야 종사자들은 결혼은 커녕 연애 할 시간도 없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야근과 고용 불안 때문이다. 노예에 가까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과연 사랑을 할 시간이 주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IT강국? IT 강도국?

 

대한민국을 IT 선진국이라고 한다. 전 국토의 95.9%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 돼 있다. 국토의 최 동단에 위치한 외딴 섬, 독도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을수도, 궁금한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기관, 기업 홈페이지는 화려한 모습으로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이런 앱이 있으면 참 편리하겠는데?’ 라고 생각하면 몇시간에서 몇일이면 찾던 앱이 나온다.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진국 수준’의 편리한 정보 접근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책상 앞에서 밤새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다름아닌 IT 노동자들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선진국’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OECD 회원국이 되었으니 선진국이라고도 하고 G20정상회담을 치러서 선진국이 됐다고도 한다. 그러나 선진국은 어떤 모임에 참여한다거나 큰 행사를 몇번 치렀다고 해서 되는것이 아니다. 경제,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때 비로소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정보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선진국은 아니다.

 

 

OECD 회원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 1,749시간이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을 한참 웃도는 2,193시간이다. 그 중에서도 IT분야 노동자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906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2,906시간이라는 엄청난 노동시간은 ‘통계 범위에 포함된’ 노동시간이다. IT 노동자들은 이 외에도 주당 평균 5시간의 재택근무도 한다. 이렇게 되면 연간 3,000시간을 웃도는 노동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1일 8시간 노동이라는 전제하에 우리나라 IT 노동자들은 OECD 노동자에 비해 무려 연간 154일이나 더 일하는 셈. 한국의 IT 노동자들이 평균 8시간이라는 일반적인 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을 따라하려면 ’1년중 단 하루도 쉬지 않아야’한다. 이정도 되면 IT 강국이 아니라 IT 강도국이나 IT 노예국 정도의 표현이 맞지 않을까 싶다.

 

강요된 노동? 안하면…

 

근로 기준법은 국민의 최저 노동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이다. 이 법의 목적은 ‘노동자의 기본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한다’는데 있다. 이 법의 제50조에는 ‘하루 노동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주간의 노동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 돼 있다. 국가가 정한 법률에 비춰볼 때,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은 노동자의 기본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 이 법률에 비추어 볼 때 ‘연중 무휴 일일 8시간 노동’ 이라는 불법적인 노동 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IT 노동자들은 기본생활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은 저해된다는 말이 된다.

불법적 노동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터로 향한다. 언제 잘려 나갈 지 모르는 신세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 나경훈 사무국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IMF이후 정치권에서는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IT 인것 같은 사회분위기를 조장해왔다”며 “이후 학원, 학교를 통해 신규 인력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지만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취업을 하더라도 금방 그만둔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인력은 대거 양산 됐으나 숙련된 노동자는 없는 실정”이라는 것. 수요는 한정 돼 있는데 공급은 과잉인 상태가 된 것. 이러다보니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무환경은 더욱 더 열악 해 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IT 노동자들은 매일 좌절감을 느낀다.

 

업계의 아이돌, 2AM?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정부가 나서서 기름을 끼엊는 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초 열린 ‘제4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한국에서도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성공사례가 나와야한다”며 “정부도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역설했다. 또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IT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강조해 노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 였다.

지식경제부가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 전략’의 일환으로 발표한 ‘소프트웨어 인재육성사업 세부추진계획’은 노동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고교, 대학(원)의 우수학생 100명을 선발해 관문별 탈락제를 통해 최종 10명의 최고급 인재를 선발, 육성하는 방식으로, MB식 승자독식과 엘리트주의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네티즌들의 “소프트웨어의 아이돌이 되어 2AM까지 야근하면 되겠네” , “태릉 개발자촌 만들 기세” 등의 냉소적 반응도 면치 못했다.

 

반 사회적 노동, 자료로 남겨야

 

노동에 대한 의식이 성숙된 서구 사회에서는 초과 근무, 휴일 근무를 반 사회적 노동(Unsocial Work)로 간주한다. 선진국의 노동운동은 대부분 노동시간의 단축을 놓고 노사간에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해 국가는 언제나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때문에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공산당선언’에서 “국가는 부르주아의 집행위원회”라고 비꼬기도 했다.

반 사회적 노동행태가 가능한 이유는 관련 법 규제가 느슨하고 노동자가 불법적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나경훈 사무국장도 “업체 대부분이 출근 시간에는 엄격하지만 야근은 당연시 한다”며 “노동자들의 추가 노동시간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게 현실. 수첩이나 메모지에 기록 해 두었다가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은 이런 불편함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추가 노동시간에 대한 기록 확보를 위한 앱을 개발 할 계획이다. 어제까지 접수를 받아 총 10명의 지원자가 앱 개발에 참여를 희망했고 이들에게는 다음주 초에 연락을 취해 만남을 가질 예정. 나 사무국장은 “개발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앱 개발이 이루어지는 만큼 언제 앱이 출시될 수 있을지는 확정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빠른 시일 내에 앱이 출시되면 아이티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야근 시간을 손쉽게 집계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데 근거자료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생을 강요하는 IT 강국은 없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인해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 대한민국 토종 개방형 운영체제를 만들겠다고 떠들고 있다. 삼성은 자사의 바다OS를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운영체제로 만들겠다고 한다. 웃기는 소리다.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많은 개발자들에게 십수년간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제공하면서 얻은 결과물이다.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추려면 IT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취약한 분야인만큼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한다. 한 해 예산 지원 해 주고 나서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으면 다음 예산을 삭감 해 버리는 무식한 짓도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참아야한다. 개방형 운영체제라는 말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그렇다면 최소한 관련 기관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미래를 내다보는 산업이다. 나무 씨앗을 오늘 심어서 내년 이맘 때 벌목 해 가구를 만들수는 없다. IT 노동자들이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정책보다는 그들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 연말 실적을 노리는 예산 집행이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예산 집행. 대한민국이 진정한 IT 강국이 되는 방법은 여기에 있다.

 

http://hioss.com/2011/09/01/it-no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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