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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북한의 조직적 소행이라는 검찰의 발표가 나왔다. 발표 내용을 보면 북한이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는 실질적 증거는 없이 추측으로만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언급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통해 겨우 조명되려던 IT산업의 근본적 문제들이 다시 묻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농협사태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와 비견되기도 한다. 안전보다는 속도를, 지속성보다는 비용절감을, 사람보다는 도구를 중시하는 무리한 프로젝트는 언제든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와 관련한 대형 사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엄청난 위험 요소이다. 이번 사태에서 누가 사고를 일으켰나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소중하고 민감한 정보가 허술한 시스템에서 관리되고 있었고, 재난 상황에 대해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농협 전산 시스템은 이미 "3대 악성 프로젝트 사업장"으로 꼽힐 만큼 각종 프로젝트를 촉박한 기간 내에 무리한 수준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며 완료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IT노동자들은 1~2년간 주말이나 휴일 없이 매일 야근을 해야 한다. 지난해 농협 전산 자회사 직원 양모씨는 2년간의 잦은 야근으로 몸이 약해져 결국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렇게 무리한 프로젝트는 IT인력의 이탈과 프로그램의 설계 결함, 수많은 보안 위험 요소를 낳는 요인이 된다.
 
또한 근시안적인 사고로 비용 절감과 관리 감독 효율에만 초점을 맞춘 극단적인 아웃소싱으로, 소중한 정보를 관리하는 업무를 직접 맡지 않음으로써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에 대해 긴밀하게 대응하고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전산 위험 요소들이 상존하기에, 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것 못지 않게 사고에 대비해 안전하게 정보를 관리하고 재난시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기관이라면 더더욱 이중, 삼중의 안전 시스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농협만이 문제가 아니다. 3대 악성 프로젝트라고 꼽히는 그곳만이 아니다. 한국의 IT산업이 구조적으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어제 오늘 지적되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반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며 무리한 일정의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근본 원인이며, 그런 무리한 일정은 수많은 잠재적 위험요소를 남기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인 IT노동자들의 이탈을 불러온다. 노동자의 피와 땀 위에, 겉만 화려한 부실한 구조물 위에 IT강국이라는 허울이 덧씌워져 있으며, 그것도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결국 이번 사고는 누군가의 범행으로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미 가득한 위험 요소가 드러난 "재난"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충분히 어느 정도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보고, 향후 또다른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주체가 국가적 차원에서 행동을 해야할 때이다. 당장의 비용 절감과 관리 효율만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IT산업 정책을 즉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무분별한 아웃소싱을 규제하고 직접 고용을 확대하며, 노동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만큼이라도 IT노동자가 기본적인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결국 이 사회를 안전하게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며, 그렇게 강조하는 노동자의 창의성을 제고시켜 IT산업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본 요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전반적인 안전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2%만이 안전한 상태였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의 수많은 전산 시스템들도 자신있게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로그램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프로세스의 중요한 요소인 "사람"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안전은 쉽게 흥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의 비용절감을 위해 불안 요소를 키우면, 차후 사고가 일어났을때 복구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IT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뒤틀린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사회적 보안 대책이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즉각 행동에 옮길 것을 촉구한다.
 
2011. 5. 6
IT산업노조

문의 : itnodong@gmail.com / (02)2068-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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