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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 ‘초보’ 될 판” SW 기술자들 울화

정부가 시행 중인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도’에 현장 기술자들이 강력히 반발한다. 경력 ‘입증’에 드는 시간적·물질적 비용이 너무 크고, 제도의 실효성 또한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78호] 2009년 03월 09일 (월) 11:16:31 고동우 기자 intereds@sisain.co.kr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은 이제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으려면 과거 다닌 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근무경력·기술경력 확인서에 직인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이건 거의 ‘날벼락’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돼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인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도’가 실효성 논란과 절차의 까다로움, 경력 산정 기준의 비현실성 때문에 20만명으로 추산되는 기술자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영세 업체 기술자나 비정규직·프리랜서에게 치명적이다.

취지는 좋다. 지식경제부 측은 기술자의 전문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져 소프트웨어 사업의 부실을 막고, 나아가 기술자 개인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기술자들의 ‘경력 부풀리기’는 IT(정보통신) 업계의 만연한 고질병으로 지적돼왔다. 보통 공공기관이나 큰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수많은 중소 영세·하청 업체 소속 기술자와 프리랜서가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주처가 요구하는 인력의 경력 수준을 맞추기 위해 가짜 이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초급 기술자를 중급으로, 중급 기술자를 고급으로 둔갑시키는 식이다.

부실한 결과물은 당연지사. 업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턱없이 싼 단가에, 하청에 또 하청으로 다단계 하도급이 일상인 현실에서 먹고살려면 어쩔 수가 없다”라고 항변한다.

기술자 ‘경력 부풀리기’ 막을 수 있나?

그렇다면 기술자 신고제가 경력 부풀리기를 막을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업무 대행 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협회) 측은 증빙서류(근무경력확인서·기술경력확인서) 제출을 통한 경력 증명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 기술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은행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최 아무개씨(36)는 “업체에서 확인해준 서류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형태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업체와 기술자가 짜고 경력을 부풀린 서류를 만들면 어쩔 것인가? ‘가짜’를 오히려 합법화해주는 꼴 아닌가”라고 꼬집는다.

협회 측도 이러한 가능성을 부정하지 못한다. 전략산업실 선임 담당자인 최효정씨는 “조작의 염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허위 작성 적발 시 해당 경력 취소 등 강력한 제재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다. 벌써 업계에서는 “발주처에서 기술자 신고제에 의한 경력 증명을 요구할 경우, 신고한 사람의 증명서를 빌려 제출하면 그만이다”라는 ‘대안’(?)이 착착 제시되고 있다.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 소프트웨어 업체의 김 아무개 부장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상, 발주처에서 하청업체 기술 인력 개개인의 신분을 검증할 리가 없다. 원하는 대로 서류만 내고 일은 다른 사람이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한다.

실효성 논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자들은 신고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력 증명 절차와 산정 기준을 꼽는다. 우선 경력 증명의 경우, 모든 부담을 기술자 개인에게 지우고 있다. 과거 일하던 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입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에서 오래 일한 사람은 그나마 괜찮지만, 여러 곳을 전전한 사람은 그만큼 시간적·물질적 비용의 손해가 막심하다. 더구나 그 어느 곳보다 인력 이동이 잦은 업종이 바로 IT업계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벤처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진입했다가 거품이 꺼지며 곳곳에서 아직도 곡소리가 나고 있다. 당시 설립된 회사 100곳 중 2곳만 살아남았다는 통계도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프리랜서 박 아무개씨(38)의 ‘분통 터지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업종에 몸담은 지 11년 정도 되는데 그간 회사를 13군데 옮겨 다녔다. 그중 6개 이상이 이미 폐업했다. 폐업사실확인서, 근로계약서 등을 제출하면 된다는데 언제 그걸 다 준비할 것이며, 남아 있지도 않은 계약서를 대체 어디서 갖고 오란 말이냐.”

만일 박씨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폐업한 업체에서 일한 경력 4년은 고스란히 증발하고 만다. 이렇게 되면 그는 현행 기준 ‘고급 기술자’(경력 9년 이상)에서 ‘중급 기술자’(경력 6년 이상)로 추락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임금도 떨어진다. IT산업노조 등이 신고제에 대해 “개발 단가를 깎기 위한 술책 아니냐”라고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서류를 다 제출해도 문제는 남는다. 폐업한 업체는 경력을 80%만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협회 측은 “근무 기간은 알 수 있지만 해당 업체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불가피한 사정을 설명한다. 그러나 기술자들은 “내 잘못으로 폐업한 것도 아닌데 경력을 전부 인정받지 못한다니 억울하다”라는 반응이다.

힘없는 개발자 상대로 ‘수익 사업’ 하나

경력 6년 미만의 초급 기술자가 정보처리기사 등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을 경우 경력을 50%만 인정받는 것도 논란이 된다. 협회 측은 “기술자의 역량을 판단할 마땅한 다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격증 소지 여부에 의미를 뒀다”라고 해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이제껏 발주처든 하청 업체든 어느 곳에서도 자격증을 중시하지 않았다”라고 반발한다. 해당 기술자가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으려면 오는 7월31일까지 반드시 자격증을 따야 한다. IT산업노조 나경훈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자격증 획득 비용에 협회의 경력 관리 비용(가입비 3만원, 연 1만원)까지, 국가가 힘없는 개발자를 상대로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전략산업실 최효정씨는 까다로운 절차 등 몇몇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큰 피해가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나갈 것이지만 공신력 있는 경력 관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구석이 있다. 처음엔 좀 불편해도 한번 등록하고 나면 업체나 기술자나 편리해지는 게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협회에 신고한 사람은 고작 500여명. 한 대기업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기술자 황 아무개씨(40)는 “대다수 기술자는 지금 제도 자체를 잘 모르거나, 아니면 이 ‘어이없고 귀찮은 짓’을 하지 않고도 살아남는 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원문 기사 URL :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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