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강국? 웃기지 말라고 해”
2009년 01월 14일 11:17:52 /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경기침체의 여파가 정부의 소프트웨어(SW) 분리발주 정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SW분리발주는 참여정부 시절 중소 IT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 IT사업 발주시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발주자가 SW부문은 별도로 분리해 중기 IT업체와 별도로 계약을 진행하도록 한
방식이다.
그러나 경기한파로 이러한 정부의 SW분리발주 확산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 성격의 한국증권금융, 증권예탁결제원 등이 SW분리발주를 대신 기존의 관행대로 IT서비스업체들에 대한 '통합발주'를
의뢰했다.
물론 SW분리발주는 공공기관들에게는 사실상 의무사항이지만 일반기업이나 금융회사들에게 까지 현재 이 제도를 강요할 수는 없다.
통합발주의 장점으로 이들은 대규모 IT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솔루션과 하드웨어 등을 IT서비스
업체가 선정, 조율함으로서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 차세대 프로젝트를 발주한 한 금융공기업의 경우, 애초 차세대프로젝트의 규모가 7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의사회 등을 거쳐
500억원 대로 수정했다.
이 기업은 IT서비스업체에 여타의 모든 소요 IT자산의 협상을 위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용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중소 IT업체들이다.
대형 IT서비스업체는 SW업체를 포함해 다수의 프로젝트 협력업체들에게 '과도한 희생'을 강요할 수 밖에 없다.
수주전에서 밀리지않기위해 적자수준까지 가격덤핑을 쳐놓고 나중에 와서 협력업체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는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IT서비스 업체가 있다면 나와보라.
걸으로는 '상생'을 외치고, 연말에 불우이웃돕는다면서 연탄을 나르고, 태안 바닷가에서 기름을 닦으면서도 정작 어려운 협력업체들은 외면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는 비열한 짓이다.
"불경기에 이거라도 드실려면 드시고, 싫으면 관두셔도 되고...."
결국 '더럽고 치사하지만' 힘업는 협력업체와 SW업체들은 저가에 납품하게 될 것이다. 추운 겨울에 어디가서 일감을 구하겠는가.
기자가 얼마전에 만났던 한 중소 IT업체 사장은 최근의 이러한 관행에 지쳤는지 이제 분노만 남았다고 절규했다.
"나빠, 다 나쁜 놈들이야. IT강국? 웃기지 말라고 해..."
한편 IT비용절감을 이유로 통합발주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발주처도 최소한 상생에 역행했다는 공동의 책임감은 느껴야 한다.
통합발주를 내면 IT서비스업체들이 경쟁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협력업체들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프로세스를 발주처도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제값치르지 않은 IT프로젝트의 품질이 좋을리는 없다.
따라서 발주업체들도 IT서비스업체들이 가격경쟁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그럼으로해서 협력업체들이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이 어려운때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IT투자계획을 밝히며 더욱 철저하게 SW분리발주를 진행할 계획 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또 올 상반기 중에 중소 IT업체들의 신기술을 프로젝트에 적용하고자 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다.
물론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로서는 어쩔 수 없이 SW분리발주를 시행할 수 밖에 없겠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상생 정책에서 보고 배우는 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