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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에 고소하자 “외국인 매니저 책임” 발뺌

서울 삼성동 소재 미국계 IT기업 O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박아무개(49)씨는 8개월째 회사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원래 받아야 하는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6월 회사 대표이사 문아무개씨를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고소하면서부터다.

박씨가 다니는 회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다음으로 매출액이 많은 글로벌 기업 한국법인이다.

회사 영업직 노동자들의 급여는 50%가 기본급, 나머지 50%는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회계연도가 시작할 때 연봉계약을 통해 영업목표치를 정한 다음 목표에 미달하면 성과급을 삭감하고 초과달성하면 늘리는 방식이다.

박씨와 회사는 회계연도가 시작된 2015년 6월 연봉계약에서 1년 영업목표치를 7억8천873만원으로 정했다. 박씨는 회계연도가 끝나기도 전인 지난해 3월 말 17억3천4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전 2~3년간 영업목표 달성률이 20% 안팎에 머물러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씨는 많은 성과급을 기대했다. 그런데 회계연도 종료 2개월을 남긴 같은해 4월 중순께 회사는 느닷없이 박씨의 영업목표를 18억9천155만원으로 올렸다. 당초 목표치보다 2.4배 많았다.

결국 박씨는 회사가 바꾼 영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처리됐고, 최종적으로 삭감된 성과급을 받았다.

영업목표 달성하니 목표치 올리자?

회사가 박씨의 영업목표를 갑자기 올려 잡은 것은 매년 맺는 연봉계약서에 근거하고 있다. 연봉계약서는 회계연도 도중에라도 회사가 자유롭게 영업목표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정확한 영업목표나 직원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다. 박씨 사례처럼 회사가 영업목표를 갑자기 상향하면 노동자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계약이다.

물론 실제 회계연도 도중에 영업목표를 바꾼 사례가 없는 만큼 사문화된 조항으로 여겨졌다. 박씨뿐 아니라 다른 영업직 노동자들도 회사와 같은 내용의 계약서를 수년간 체결했다.

그런데 지난해 회사가 박씨에게 해당 조항을 처음 적용한 것이다. 박씨는 “계약서 내용 자체가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영업목표를 2.4배나 올리면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고 내가 반대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그는 “실적이 나쁠 때에는 영업목표를 줄여 주지 않더니 목표치를 넘어서니까 갑자기 올려 잡았다”며 “성과급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성과급 안 주려는 의도”

박씨 고소와 관련해 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은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8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청 관계자는 “회사의 행위가 임금을 근로자에게 전액,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43조(임금 지급)를 위반한 것인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군색한 입장을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서 작성과 변경은 회사 대표가 아니라 본사 아시아태평양본부 소속 외국인 매니저가 주도한 것”이라며 “대표이사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에 대해 “모든 일을 외국인 매니저 책임으로 돌리면 한국법인 대표이사는 왜 있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면 글로벌 외국기업의 갑질에 피해를 보는 직원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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